추석 연휴를 지내고 나니 국내 프로 기사 랭킹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세돌이 휴직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최고 기사 자리를 굳게 지켰고 이창호는 2005년 8월 랭킹제가 시행된 후 처음으로 4위로 밀려났다. 반면 한동안 10위권 밖에 머물던 최철한이 3년 6개월 만에 다시 2위로 복귀했다.
한국기원이 추석 연휴 관계로 평소보다 다소 늦은 7일 발표한 10월 랭킹에 따르면 이세돌은 지난달 예정됐던 GS칼텍스배 본선 대국 두 판이 모두 기권패 처리돼 랭킹 점수가 전달보다 31점이나 내려갔지만 다른 기사들의 부진에 힘입어 24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달 랭킹에서는 특히 이창호의 부진이 눈길을 끈다. 이창호는 지난달 2승 2패를 기록하면서 랭킹 점수가 21점 떨어져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특히 명인전 본선에서 윤성현(랭킹 49위)에게 반집패를 당한 게 점수를 많이 깎아 먹었다. 올 초 후지쯔배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보여 전달 랭킹 3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강동윤도 2승 6패로 부진, 88점이 떨어져 5위로 내려갔다.
이에 반해 최철한은 6연승을 거두면서 다섯 계단을 껑충 뛰어 2위로 올라섰다. 최철한은 6명의 대국 상대 가운데 5명이 랭킹 20위 안에 드는 강자들이었기 때문에 랭킹 점수가 77점이나 올랐다.
최철한은 올해 응씨배와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했고 46승 14패(승률 76.7%)로 다승 2위, 승률 3위를 달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편 박영훈은 랭킹 점수가 10점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이창호 강동윤의 부진에 힘입어 저절로 3위가 됐다.
올해부터 새로 시행되고 있는 랭킹제는 자기보다 랭킹이 높은 상대에게 이기면 점수가 많이 오르고 반대로 랭킹이 낮은 상대에게 지면 점수가 많이 떨어진다. 또 과거와 달리 타이틀 보유에 따른 가산점을 인정하지 않아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근 성적이 나쁘면 바로 랭킹이 내려가게 된다.
특히 이달에는 국내 최대 기전으로 랭킹 점수 가중치가 큰 명인전에서의 성적이 랭킹 등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김지석이 현재 다승 및 승률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명인전 본선에서 4패를 당한 게 화근이 돼 5위에서 9위로 네 계단 하락한 반면, 4승을 거두면서 결선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된 원성진은 9위에서 6위로 올라갔다. 이밖에 올해 명인전의 히어로 김승재 역시 19위에서 14위로 랭킹이 수직 상승했다.
이 같은 상위 랭커들의 급격한 순위 변동은 다음달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1위 이세돌과 2위 최철한의 점수 차이가 겨우 10점 밖에 되지 않고, 1위부터 4위까지 차이도 26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국내 프로바둑계가 이세돌의 휴직으로 인해 절대강자가 없는 군웅할거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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