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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달의 아가미' 덫에 걸린듯한 삶…그러나 떠밀리는 고통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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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달의 아가미' 덫에 걸린듯한 삶…그러나 떠밀리는 고통은 싫어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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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안 지음, 민음사 발행·112쪽·8,000원)

김두안(44) 시인의 첫 시집 <달의 아가미> 에는 그의 삶의 원형질인 남해안 먼 바닷가의 풍광과, 바다를 떠나 농촌을 떠나 정처없이 방황하는 도시민들의 삶이 교차한다.

공사현장에서 철근을 나르는 인부, 허청대며 육교 계단을 내려오는 노파,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비틀거리며 귀가하는 사내들이 김두안 시의 도시풍경을 이룬다면 닻의 밧줄을 죄고 푸는 아버지, 상처투성이 손으로 그물을 꿰는 어부들, 새하얀 염전의 염부들이 바다풍경을 만든다.

김 양식을 하는 어촌에서 상경해 공장 일을 하다가 낙향했고, 다시 도시로 올라와 보험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 시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쓸쓸함과 막막함은 시의 풍경이 된다.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것은 무언가에 발목 잡힌 삶이다. 시적 화자들은 '덧없이 살아온 것 덫만 같다'('덫')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름을 파묻고 몸부림치는/ 파도의 발목 이렇게 아플까./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살아가는 것들'이라며 신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견디어낼 것인가. '나는 객지 생활이 어떤지 몰라도/ 굴껍데기같이/ 어디든 꽉 붙어살면 된다고 생각한다'('그녀의 바다')

김씨의 시에는 어촌에서의 유년 체험에 도시적 삶의 피로가 덧입혀지기도 하고, 여린 감성과 강렬한 욕망이 어깨를 겯기도 한다.

가령 고향을 생각하며 달을 보면서 걷다 달팽이 한 마리를 밟자 '어머니 생각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습니다'('달팽이')라고 다짐하는 가녀린 시적 정서와, 도시의 배면 산동네 골목길의 풍경을 '길은 가파른 언덕에 상체를 기댄다 검고 기름진 다리를 벌린다' ('수음하는 골목길')로 묘사하는 욕망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표면에 있는 것보다 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과 사물의 비밀스러운 관계, 그 사적인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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