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대한민국 부의 1번지로 불리는 강남지역에서 프라이빗뱅킹(PB)을 앞세워 '수퍼 부자'를 잡기 위한 일대 전쟁에 돌입했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고액 자산가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처 물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제2의 강남개발'로 불리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수십조원의 뭉칫돈이 이 지역에 집중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SC제일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서울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압구정동과 도곡동에 PB전문센터를 개점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강남구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이른바 PB 3강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시장. 하지만 올 초 우리은행이 강남구 대치동에 복합금융센터를 연 데 이어 SC제일은행과 기업은행까지 PB센터를 열며 경쟁에 가세한 상황이다.
최대 격전지는 강남 도곡동
전통적으로 서울 강남지역은 PB들의 접전지역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액자산가들의 절반(50.9%)이상이 이곳에 집중돼 있다. 그만큼 은행 PB들에게는 황금시장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강남지역에서도 최고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은 도곡동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1번지로 부리는 이곳은 타워팰리스와 대림아크로타운 등 수십억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곳. 여기에 거주하는 이들은 금융자산만 평균 20억~30억을 굴리고 있는 'VVIP'급 부자들이다.
은행 PB들은 이곳의 고객수가 총 4,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은 최소 5조~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만큼 고수익이 보장된 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곳에서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이 최근 도곡동 PB센터를 증ㆍ개축해 재개점을 서두르고 있다. 후발주자인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CEO를 타깃으로 PB센터 1호점을 이곳에 열었고, SC제일은행도 다음달에 이곳에 터를 잡고 본격 영업에 나설 태세다.
강남 불패는 계속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PB들에게 강남지역은 이미 시장 포화상태로'레드오션'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오히려 고액 자산가들이 서울 용산과 여의도, 경기 성남시 분당 등으로 분산되고, 강북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부의 지도'가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가 강남으로 다시 집중될 조짐을 보이고, 최근 강남지역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보금자리주택 개발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갔다. 쏟아져나올 토지보상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현재 80년대의 신도시(분당 일산 등)개발→판교개발→뉴타운개발에 이어지는 수도권 최고의 '토지보상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특히 보금자리 예정지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 대부분이 강남지역에 분포돼 있기 때문에 강남권 PB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 PB 관계자는 "과거 혁신도시와 행정복합도시 보상을 받은 사람들이 서울에 진입하며 이곳에 재투자를 한 경우가 많았다"며 "최소 50조원 가량되는 보금자리 보상금의 대부분이 결국 강남에서 풀릴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돈의 재투자 지역도 여전히 강남이라는 인식이 강해 돈의 강남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도곡PB 센터장은 "강남지역은 기존의 전통적인 부자들의 주요 주거지일 뿐 아니라 신흥 부자들도 최종 진입지라고 생각하는 매우 특수한 시장이다"며 "과거 부동산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최소 10년 이상은 자산관리시장에서도 강남불패 신화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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