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두가 미래의 시체입니다. 누구나 거쳐야 하는 화장장(화장터)의 분위기를 아늑하고 포근하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 그림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서양화가 김문영 경원대 문화학부 교수가 국내 처음으로 화장장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일까지 경기 고양시 대자동 서울시립승화원홀에서 열리는 김문영 초대전의 전시장에 들어서면 푸른 밤 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북한산의 아름다운 겨울을 담은 작품이 내걸려 있다.
방문객들은 죽은 자를 추모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뜻밖의 전시회 그림을 감상하면서 위안을 받고 있다. 장례와 죽음에 대한 관념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화장장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그간 장례식장이나 화장장을 찾으면서 한결같이 분위기가 삭막하고 엄숙한 것에 의문을 품어왔다"며 "죽음의 장소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면 슬픔을 달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동료 화백들과 함께 공동 전시회를 열어왔다"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은 김 화백의 이런 활동에 주목해온 서울시가 초대전을 마련하면서 성사됐다.
김 화백은 경원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로 북한산을 주제 그림을 그려왔으며,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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