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이만기, 최홍만. 천하장사 출신인 이들처럼 씨름 선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거구에 상대를 단박에 제압할 수 있는 힘이 남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키 151㎝, 몸무게 40㎏에 앙상한 뼈를 드러낼 정도로 마른 체격의 김민석(강릉 초당초등 6년)군도 어엿한 씨름 선수다. 4월 열린 강원도 소년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민석이는 씨름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2년 전 민석이는'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ㆍPKU)'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 5만3,000명 중 1명이 걸린다는 이 병은 단백질의 대사장애를 일으키는 고약한 병이다. 씨름 선수라면 잘 먹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데 민석이는 뭐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다.
우유도 저단백 분유를 타서 먹어야 하고, 육류는 물론 밀가루에도 함부로 손을 대선 안 된다. 밥 역시 저단백 쌀이어야 하고, 음료수나 과자, 심지어 콩나물을 먹을 때도 콩나물 머리를 떼내야 한다. 그런 민석이가 씨름을 시작한 이후 당시 30㎏에 불과했던 몸무게가 10㎏이나 불어났고, 힘도 강해졌다. 민석이는 씨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민석이 가족에게 최대 위기가 닥쳤다. 남들처럼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민석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씨름을 계속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민석이 엄마는 '페닐케톤뇨증' 모임에서 아들이 직접 쓴 글을 보고 걱정이 더욱 늘었다. "나도 지칠 대로 지쳤어. 이제 더 이상 'PKU' 노릇하고 싶지 않아. 될 수 있다면 죽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민석이는 세 가지 소원이 있다. 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고, 낫지 않는다면 이대로 수치가 계속 낮게 유지되면 좋겠고, 그것도 안 되면 가장 힘들 때 병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씨름은 자신의 반쪽이며, 씨름만큼은 누구보다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민석이의 사연은 12일 오후 8시 EBS '다큐아이-먹지 못하는 천하장사 민석이' 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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