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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카페 민폐'/ 골목길 파고들어 취객 소음·주차난 '잠 설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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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카페 민폐'/ 골목길 파고들어 취객 소음·주차난 '잠 설치는 밤'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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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최모(42)씨는 요즘 저녁마다 '주차 전쟁'을 벌이느라 골치를 앓고있다. 집 앞 골목길에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 있지만, 퇴근 후 돌아오면 엉뚱한 차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 차에 연락처조차 없을 때는 빈 공간을 찾느라 동네를 빙빙 돌아야 한다.

최씨를 괴롭히는 '얌체 주차족'은 다름아닌 이 지역 주택가 곳곳에 들어선 카페의 주차요원들. 손님들이 타고 온 차량을 틈 나는 곳이면 어디든 마구잡이로 밀어넣는다. 최씨는 "남의 집 앞에 버젓이 주차하는 것은 물론이고 카페를 연다고 종일 공사를 해대는 통에 괴롭다"며 "새벽에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취객들 탓에 잠을 설치는 일도 다반사"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카페들이 조용한 주택가까지 파고들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 성북구 삼청동, 마포구 홍익대 일대 도로변은 오래 전부터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카페촌이 형성된 곳. 그런데 최근 대로변에서 쑥 들어가는 일반 주택지역까지 카페들이 속속 점령하고 있다.

8일 밤 신사동 가로수길 뒷편 3~4층짜리 빌라가 촘촘히 들어선 주택가. 길가에 바짝 붙어 주차 중인 승용차들과 이를 아슬아슬 비켜 다니는 차량 행렬, 요란한 경적 소리가 빚어내는 혼잡함은 웬만한 관광지를 방불케 했다.

주거용 빌라 1층을 개조해 문을 연 카페들은 이 일대에만 어림잡아 40여곳. 카페마다 설치된 야외 테이블에선 젊은이들 서너 명이 둘러앉아 깔깔거리고 있고, 주차요원들은 손님 차를 몰고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근처 빌라에 사는 주부 김은정(35)씨는 "집 밖에 나가면 주차차량 때문에 쓰레기 봉투를 놓아둘 공간조차 없다"며 "집에 있어도 길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심야에는 주민들의 불만이 한층 높아진다. 낮에는 커피 등 음료를 파는 카페들에 칵테일 와인 등 술을 찾는 손님들이 몰려들며 취기 오른 젊은이들의 소란이 밤새 이어지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신사동 일대에서 올 들어 주택에서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해 신설된 카페만 10여개에 이른다. 커피전문점을 포함한 음식점 수도 2007년 200여개에서 10월 350여개로 급증했다. 홍익대 인근 서교동 주택가에도 40~50개 가량의 카페가 들어서 있다.

'주택가 카페'의 급증은 대로변 카페촌이 포화 상태에 달한 탓도 있지만, 주택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손님들도 아늑한 분위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신사동 주택가의 한 카페 점장은 "주택을 개조한 카페는 편안한 느낌을 주고, 대로변보다 조용해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손님들의 왕래가 잦은 카페들이 주차나 소음 문제에 대한 뚜렷한 규제를 받지 않은 채 손쉽게 주택가로 들어설 수 있다는 점이다. 카페나 음식점 등은 약국이나 세탁소 등과 같은 생활근린시설로 분류돼 일반 주거지역에 내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주택에서 생활근린시설로 용도변경할 경우에도 '134㎡(40여평)당 차량 1대 주차공간' 등 규정은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김흥순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주거지역에 상업시설들이 들어섬에 따라 안전, 주차공간, 소음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약국, 세탁소, 카페 등이 한데 묶여 있는 근린생활시설 규정을 좀 더 체계화하고 카페 같은 경우 주차공간 확보를 우선시해 용도변경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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