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내 온스당 2,000달러까지 간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가 금 가격의 장기 상승을 전망했다. 날마다 치솟는 금값에 투자를 고민하면서도 '상투'를 잡을까 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던 투자자에게는 솔깃한 얘기일 수밖에 없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로저스의 말을 믿고 금 투자를 시작해도 되는 것일까?
장기 전망은 긍정적, 단기 전망은 글쎄
먼저 7일 로저스 발언을 정확하게 따져 보자. 이날은 금(12월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1,044달러로 마감한 날이었다. 로저스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돈을 찍어내고 있다"면서 "때가 되면 금을 사야 할 수많은 이유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것"이라면서 "최근 투자자들은 약 달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전쟁에 대한 헤지 수단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회복 속도가 느려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호주 중앙은행은 6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우리나라와 인도의 금리 인상도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도 성행하고 있다. 로저스의 발언은 이 같은 중장기 전망을 기초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로저스는 같은 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는 "금이 사상 최고가에 다다랐지만, 나는 무엇이든 기록적인 가격일 때는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인터뷰를 요약하면 "10년 동안 장기 상승할 것이니 적당한 가격이 되면 추가 매수하겠지만, 당장 사지는 않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금 보유자는 즐겨라, 단 상투를 잡지는 말라
로저스의 이 같은 의견은 금 투자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견해다. 최근 약 달러 추세가 이어지자 투기 자금이 금 펀드로 몰려들고 있어 단기간 상승세를 이어갈 수도 있지만, 실제 금 수요와 공급을 따져 보면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원유 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려들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올해는 원유 시장에 투기자금의 유입을 규제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어 유가는 70달러 전후에서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금 시장에서 투기 자금의 '폭탄 돌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
안정균 SK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금 보유자는 당분간 계속 보유하면서 금값 상승을 즐겨도 되지만, 단기 수익을 노리고 금 투자를 지금 시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은 유가나 다른 원자재 가격과 달리 지난해 금융위기 후 급락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단기간 상승세를 지속하더라도 어느 순간 갑자기 급락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럼 아예 금 투자는 접어야 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금 투자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금 펀드에는 금 가격에 직접 연동하는 펀드뿐 아니라 금광업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데, 이 펀드는 금 가격에 전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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