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오늘 서울을 방문,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하토야마 총리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베이징에서 열리는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 바로 전 날 별도 방한 일정을 잡았다. 자신이 천명한 '아시아 중시'외교에서 한일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일이다.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우의를 다지는 동시에 실질적 우호협력 강화 방안을 끌어내 상징성을 충실히 살려나가길 기대한다.
하토야마 총리의 취임 이후 한일 양국관계를 둘러싼 낙관적 전망이 과거 어느 때보다 무성해졌다. 우선 갓 출범한 민주당 정권이 내정뿐만 아니라 외교에서도 타성과 형식에 젖은 자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하토야마 총리와 오카다 가쓰야 외무장관 등 민주당 주요 지도자들의 강한 의욕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일 정상회담과 3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오카다 장관은 '한ㆍ중ㆍ일 공통교과서'에 대해 언급하고 과거사 반성ㆍ사죄에 대해서도 "말보다 행동할 때"라고 밝혔다. 일본 여당 지도자의 발언으로서는 대단히 새롭다. 공통교과서는 어디까지나 장기 과제일 수밖에 없고, 역사 공동연구 경과에 비추어 구체적 결실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의 싹을 살리고 키워나가는 양국 정부와 국민의 마음가짐이다. 개인의 행동변화를 이끄는 데 부족함을 벌하기보다 작은 노력이라도 칭찬하고 보상하는 것이 효과적이듯, 대일 관계에서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질책하기보다 작은 변화라도 반기는 것이 장기적 안목에서는 오히려 변화를 앞당길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총리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경제협력, 북핵 공조방안,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등을 두루 논의할 방침이다. 한일정상회담은'동아시아 공동체'구상을 시야에 넣는 한편, 3국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자세를 사전 조정하는 의미도 있다. 치열해질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경쟁을 생각하면 한국의 '조절자' 능력도 더욱 중요해진다. 이 대통령의 어깨가 가벼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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