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이 땅의 백성들을 위해 1446년,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지 563주년이다. 정부는 이번 주(6~12일)를 한글주간으로 정해'세상을 담는 아름다운 그릇'인 한글 관련 전시회,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 학술대회, 강연등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때 맞춰 오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왼손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든 거대한 세종대왕 동상도 모습을 드러낸다. 한글 말하기와 쓰기대회, 한글디자인과 문화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전시회 등 전국 방방곡곡이 '한글사랑'으로 가득하다. 한글날을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여론도 높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한글 사랑을 외쳐왔지만, 올해는 그 마음과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우리 스스로 자랑해온 한글의 우수성과 독창성, 과학성이 세계 속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어 공용화 현상의 확대로 지구촌에 고유 문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에 의해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한글을 "최고의 과학적 문자""소리와 글이 체계적으로 연결된 완벽한 문자"라고 말한다.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 부족이 사라지는 자신들의 토착어를 살리기 위한 표기문자로 한글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갈수록 거세게 불고 있는 동남아에서의 한국말과 글 배우기 열풍을 통해 우리는 한글의 상품화, 세계화의 가능성도 발견했다.
문자는 곧 그 나라, 민족의 정신과 문화다. 한글이 있었기에 우리는 독창적이고 뛰어난 정신문화와 예술을 창조하고 가꾸고 간직할 수 있었다. 그런 소중한 한글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무렇게나 왜곡하고 오용해 점점 아름다움과 품위를 잃어가고 있다. 기업과 상품의 이름에서도 한글은 찬밥이다. 국제화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국가와 공공기관까지 걸핏하면 명칭, 구호, 정책용어에 영어를 쓴다. 학교에서도 영어공부가 우선이다.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각자 나부터 먼저, 올바르게, 아름답게, 늘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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