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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G20과 '세계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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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G20과 '세계의 중심'

입력
2009.10.1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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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내년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유치하게 된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이 귀국 비행기 안에서 만세삼창을 할만도 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일을 두고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한 언급은 지나치다 싶은 느낌과 불안감을 함께 던진다.

'변방'과 '중심'이라는 이분법적 용어에서 비쳐지는 구태의연한 세계 인식의 흔적, 실질과 괴리된 허장성세의 느낌, 들뜬 성과주의의 냄새 등이 과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전후한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 때도 그랬다. '세계화 원년'을 선언하고 OECD에 공식 가입신청을 냈던 1995년초 신년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힘주어 강조한 단어도 '세계의 중심'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시 OECD 가입과 사실상 동의어가 된 '세계화'에 대해 "우리민족이 세계의 중심에 서는 유일한 길"이라며 OECD가 곧 세계의 중심이라는 주장을 폈었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이라는 허상을 좇아 임기 내 OECD 가입에 집착했던 문민정부는 그 후 유기적인 경기조절과 구조조정, 규제완화에 총체적으로 실패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참담한 파국을 맞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대통령들이 내세우는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 속에는 얄팍한 정략 보다는 지도자로서 국가발전에 대한 깊은 염원이 담겨 있음을 믿는다. 하지만 염원이 지나쳐 허위의식을 낳고, 국정이 그런 분위기에 휘둘려 초래된 크나큰 실책을 한 번 경험한 만큼, 이제는 보다 차분하고 냉철하게 G20의 의미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선 OECD가 그렇듯, G20 역시 회원국 지위가 곧바로 '세계의 중심'이라거나 선진국 관문을 통과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상의 홈페이지(www.g20.org)에 기술된 G20의 역할을 보더라도 '세계경제의 안정과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시장국들 간(between industrial and emerging-market countries)의 논의를 증진하기 위한 비공식 포럼'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증시가 선진국지수에 편입된 상태라고는 하나, G20 회원국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세계를 주도하게 됐다는 것은 견강부회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단순한 신흥시장국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라고 자조할 필요도 없다. 사실 1990년대 중반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이래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사이에서, 또 서반구와 남반구 경제 사이에서 활발한 이해의 조정자역을 개척하면서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상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이익을 추구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G20 내의 선진국과 신흥시장국들간의 이해 다툼 속에서 우리의 역할을 확대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잔치 분위기에 찬물을 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이라는 게 우리가 자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의 세계 역시 중심국과 주변국이라는 과거의 단순한 구분대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헛된 자의식이 아니라 실질적 자강(自强)이다. 국제통화체제의 변동과 글로벌 산업질서의 재편 등 G20가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냉철하게 미래에 대비하는 담담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장인철 피플팀장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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