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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한·중·일, 역사를 바로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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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의 논형] 한·중·일, 역사를 바로 말하자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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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間島) 땅 용정시(龍井市)의 명동촌(明東村) 윤동주의 가을 하늘은 오늘도 높고 푸르다. 윤동주 시인이 태어난 집 앞에는 이 가을에도 황금 들녘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고, 이를 감싸고 있는 높지 않은 산들 위로 하늘이 넓게 열려 있다. 그 시절 젊은 윤동주도 조국 해방의 꿈을 꾸며 쳐다보곤 했던 하늘이리라.

간도에서 갖는 한국인의 감회

생가로 들어가는 마을 어귀에는 올해 설립 100주년이 되는 명동교회(明東敎會)의 흰 회벽이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저녁 햇살을 받고 있었다. 명동교회를 세운 윤동주의 외삼촌 김약연(金躍淵) 선생의 집은 지금도 키 큰 아름들이 나무를 앞세운 마을에 주인 없이 홀로 외로이 남아 있다.

용두레 우물이 그 지명이 된 용정의 넓은 서전(瑞甸)의 가을 평야를 비암산(琵岩山)에 올라 내려다보는 감회는 실로 무량하다. 1905년 일본제국주의가 조선과 강제로 을사늑약이라는 것을 체결하자 이상설(李祥卨), 이동녕(李東寧), 여준(呂準) 선생 등은 만주로 옮아가 서전서숙(瑞甸書塾)이라는 학교를 열고 자손들에게 민족독립의 사상을 고취하며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서전의 들을 가로질러 가는 해란강(海蘭江)은 이 땅의 선구자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흐른다.

중국에서 벼농사는 베트남으로 이어지는 윈난(云南) 지방 아래 지역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 북녘 하늘 아래 논을 개간하고 벼농사를 한 것은 순전히 우리 선조들이 일구어낸 기적이었다. 지금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구로 부르지만, 북간도(=동간도) 이곳은 원래 우리 조상들이 개간하여 황금들녘으로 만들어낸 곳이다. 지금도 용정의 쌀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남쪽에서 지도를 보면 북쪽의 두만강 너머 펼쳐진 곳이 북간도이기에 이곳을 산악지대로 짐작하기 쉽지만 화룡 등 북간도 넓은 지역들에는 모두 개간된 들판이 비단같이 펼쳐져 있다. 이 모두가 우리 조상들이 일구어낸 땅이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고조선 이래 우리 민족은 이 지방에 흩어져 살았다. 중국과 땅 문제로 논란이 되기 시작한 때는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 1616년 중원을 차지하고 청나라를 세우면서부터다. 만주족은 원래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만주지역에 살았던 민족인데, 이들이 중국을 차지하여 청을 세우면서 청과 조선 간의 영토한계선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다.

이 영토문제에서 조선은 이 땅을 지켜내기 위해 청에 당당하게 대응하였는데, 막강한 강희황제 때 백두산정계비(白頭山定界碑)를 설치하여 토문강의 동쪽지역만 조선땅이라고 하며 간도 땅 서쪽을 빼앗아 가버렸다. 이때가 1712년이다.

그런데 일본제국주의는 1904년 러일전쟁에서 러시아함대를 격파하고 그 위세를 몰아 1909년에는 청과 협약을 맺어 일본이 남만주지역의 철도 부설권을 가지는 대신에 우리 땅 간도를 청에게 넘겨 버렸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이 조선의 외교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제멋대로 저지른 일이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작심하고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의 국왕과 대신들을 무력과 위협으로 억압하고 강행한 것이 을사늑약이다(이 난 8월 31일자). 1931년 일본은 백두산정계비까지 온데간데 없이 없애 버렸다.

일본 정부가 과거를 직시해야

하토야마 정부는 이런 과거를 바로 보아야 한다. 일본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 외무상이 한ㆍ중ㆍ일이 공통의 역사교과서를 쓰자고 제안하였다. 옳은 일이다. 동아시아의 공존과 번영이라는 우리의 미래를 앞에 두고 한국과 중국, 일본은 이제 역사에 대하여 바로 말해야 할 때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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