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가 '환율 재앙'으로 돌변하는 것일까.
급락하는 환율에 브레이크가 없다. 원ㆍ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간 달러당 80원, 3개월간 무려 150원이나 추락했다. 외환당국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제동을 걸어보려 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과연 환율 속락은 어디까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걸까.
■ 넘치는 달러를 줄여라
지금 환율 하락, 그러니까 원화 가치 강세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에 넘치는 달러 유동성,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달러 약세다. 글로벌 달러 약세야 우리 외환당국으로서도 손을 쓸 수 없는 노릇. 당연히 달러 공급을 축소하는데 총력전을 펼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는 위기 때 풀었던 달러 유동성을 적극 회수하고 있다. 한ㆍ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은행에 공급한 달러 자금도 이제 대부분 회수했고,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을 통해 공급했던 외화 유동성도 이제 30억달러도 채 남지 않았다.
올 초만 해도 적극 장려했던 공기업이나 은행들의 해외 달러 차입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분별한 달러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정부 역시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무기한 중단하기로 한 것도 이미 예견된 조치다. 공기업이나 은행들의 달러 차입을 제한하는 마당에 정부만 달러 외평채 발행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하락세는 지속, 속도는 완만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환율 하락 기조를 뒤바꿔 놓기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요인은 보이지 않고, 온통 하락 요인만 즐비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이 갈수록 흔들리는 데다 경제 회복이 더딘 미국으로선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달러 약세 현상이 뒤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로의 달러 유입세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경상수지는 규모는 줄더라도 흑자자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 여기에 세계에서 가장 회복이 빠른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진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세가 하락쪽인지라, 정부의 시장개입여지도 비좁은 편이다. 지난 주초 몇 차례 외환당국의 매수개입이 시도되긴 했지만, 강도는 높지 않았으며 오히려 시장에 대한 '테스트'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장은 1,160원을 둘러싼 시장과 당국간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주 말 1,164원까지 떨어진 원ㆍ달러 환율은 일단 1,160선 붕괴를 시도할 것이고, 당국은 당국대로 저지쪽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1,150원대까지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게 시장의 관측이다.
다만 환율하락 속도는 지금보다는 다소 완만해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수출 회복과 동시에 수입도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흑자폭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더구나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유입도 지금까지보다는 확연히 잦아들 것인 만큼 추가적인 환율 하락은 비교적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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