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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귀락마을 주민들, 고속도로 관통 계획에 "전통 훼손·생계 위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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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귀락마을 주민들, 고속도로 관통 계획에 "전통 훼손·생계 위협" 반발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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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건설은 우리 마을에서 물러가라." "내 몸은 두 동강 내도 마을은 두 동강 못 낸다." 지난 6일 오후 경기 의정부시 동북단에 위치한 자일동 귀락 마을. 언뜻 보기엔 평화롭고 조용하게만 보이는 이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이처럼 섬뜩한 내용의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공터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채 삼삼오오 모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물을 뜯던 한 70대 노파는 "걱정 모르고 살던 평화롭던 마을에 왜 이런 뒤숭숭한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국토부와 서울북부고속도로(주)가 2014년까지 1조7,720억원을 투입, 구리와 포천을 잇는 민자고속도로(52.1km)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비롯됐다. 이 도로가 37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이곳 귀락 마을을 관통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귀락 마을은 조성된 지 600년 가량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연 마을이다. 평안도 감찰사를 지낸 박해문이 여생을 즐겁게 지내고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 '귀락(歸樂)'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또 이곳의 지형이 거북이가 떨어진 것과 같이 움푹 파인 분지 지형이어서 '귀락(龜落)'이라는 설도 있다. 거능골, 차는물, 긴들, 부탄골 등 아직까지 남아있는 마을 곳곳의 이름도 독특하다.

주민 김모(68)씨는 "오리·우렁이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서 메뚜기 등 곤충들도 지천에 깔린 자연 그대로의 유기농 마을"이라며 "3대째 살아오는 마을을 도로가 가로질러 두 동강 낸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고 했다.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주민들은 '반대추진위'까지 구성했다. 지난달 18일 마을 회관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에서 추진위는 도의원, 시의원, 시 관계자 및 시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주민 입장을 전달했다.

고창호 반대추진위원장은 "귀락 마을은 의정부에서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자연 부락이며 보존가치가 높은 유산"이라며 "고속도로가 마을을 관통하게 되면 마을이 둘로 쪼개질 뿐 아니라 농사에도 큰 영향을 받아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을걷이가 끝나면 국토해양부 등을 방문해 우리 요구가 관철되도록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공사 측은 "현 노선을 대체할 만한 노선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우회 노선을 검토해 봤지만 군사 시설과 높은 산자락 등 지형적인 영향으로 해당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힘든 상태"라며 "또 노선을 우회할 경우 또 다른 마을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리~서울~남양주~의정부~포천을 연결하는 구리-포천간 민자고속도로는 그동안 환경 파괴와 문화재 훼손을 우려하는 구리시의 반대로 1년여 넘게 노선이 확정되지 못했으나, 지난 8월 노선이 잠정 결정되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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