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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6>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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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생태가 살아난다] <6>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입력
2009.10.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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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샛강은 한강에서 갈라져 영등포 지역과 여의도 사이를 흐르다 다시 한강과 합쳐지는 곳이다.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낮아 예부터 도심 속 생명체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내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여기저기 있다 보니 수난을 겪기도 했다.

한때 오염물질로 악취가 풍기던 이 곳은 1997년 9월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조성됐고 '생태복원'의 가능성을 증명해주는 명소이다. 지난 1일에는 6개의 테마를 갖춘 여의도 생태공원이 부분 개장하면서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7월 개통한 지하철 9호선 '샛강'역에서 내려 공원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곳곳에서 뱀 흔적 발견

여의교와 서울교 사이 하부공간에 조성된 생태체험학습구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검은 토끼 한 마리가 풀섶에서 뛰어나왔다. 산책로를 가로질러 언덕을 올라 윤중로 쪽으로 잽싸게 도망갔다. 동행한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직원들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이 버린 토끼가 새끼를 쳐서 50여 마리가 공원에 살고 있다.

"뱀도 자주 발견돼요. 뱀의 존재로 보건대 건강한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한강공원에서는 뱀이 발견돼 화제가 됐는데 이 곳에서도 과연 뱀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서 이동하는 데 앞서 가던 일행이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뱀이야, 누런 뱀인데."

63빌딩을 바라보며 상류 쪽으로 걸어갔다. 이 곳 방문객들을 상대로 6년째 생태탐방을 안내하고 있는 추종순(62)씨는 "비 온 후 돌무더기 근방에 가면 뱀이 누워 햇볕을 쬐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끔씩 뱀의 허물도 발견된다고 한다. 추씨의 설명이 이어진다. "뱀은 죽은 가지에서 허물을 벗어요. 살아있는 나무에서 탈피하다가는 작은 움직임에도 다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인근에서는 뱀 허물도 발견됐다.

산책로를 벗어나 잡초제거를 위해 조성된 작업로에 들어서자 제법 무성한 풀섶이 나타났다. 물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버드나무를 그늘 삼아 형성된 물쑥 군락지가 보였다. 물쑥이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는 곳은 흔하지 않단다. 물쑥의 존재는 샛강생태공원이 침수지역임을 시사한다. 실제로 생태공원은 장마철을 중심으로 1년에 3~4번씩 침수된다.

흔히 보기 어려운 여우주머니도 보였다. 겉만 보면 자귀풀처럼 생겼지만 잎을 뒤집어보면 팥알만한 열매가 대롱대롱 줄지어 매달려 있다. 새 먹이가 되지 않으려고 열매가 잎 뒷면에 생겼다.

외국인들도 즐겨 찾아

지난달 24일 준공한 여의도 한강공원에 이어 1일 개장한 여의도 생태공원은 윤중로와 올림픽대로 사이 폭 130m 구간에 펼쳐져 있다. 총연장 4.6㎞에 이른다. 생태체험학습구역 1.2㎞ 구간은 1997년에 개장했고, 이번에 6개 테마에 맞춰 추가로 조성된 것이다.

63빌딩에서 여의교에 이르는 수질정화습지구역은 다양한 형태의 습지를 조성해 수질정화 및 생태적 발생기반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뒀다. 지하철역 유출수로 조성된 고랭이못은 흰뺨검둥오리와 백로의 놀이터로 변했다.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개장 전부터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영등포와 여의도 어느 방향에서건 손쉽게 드나들며 산마늘 부추 쇠무릎 민들레 등을 다 뽑아간다"고 말했다. 고층빌딩에 둘러싸인 생태공원에 매료된 한 미국인은 3개월마다 찾아와 이곳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간다고 한다.

생태체험학습구역에서 하류 쪽에는 버들문화구역이 자리잡고 있다. 종류별로 심은 꽃과 나무가 가지런히 정비됐다. 창포원 연못에 조성된 목재데크는 탐방로로 이용된다. 샛강생태공원에는 대충 1㎞ 간격으로 여의교, 서울교, 여의2교 등 3개의 다리가 자리잡고 있다. 다리 위에 조성된 차도에서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지만 다리 밑은 거대한 그늘이 휴식처를 만들어주었다. 상류 IC와 하류 IC공사로 현재 여의경관구역과 둔치경관탐방구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내년 4월께는 전체가 개장될 예정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 이인근 본부장은 "여의도샛강 생태공원은 시민들의 자연학습과 다양한 여가활동 공간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말했다.

■ 80년대 폐수 방류 버려진 땅으로97년 첫 생태공원화… '자연' 되찾는 중

여의도는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가 퇴적돼 형성된 하중도로 샛강은 한강 남단과 여의도 사이를 흐르는 좁은 물길이다. 1982년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여의도 주변에 윤중제가 쌓였다. 토사가 쌓이면서 샛강의 흐름은 서서히 한강 본류와 단절됐고 곳곳이 저수지처럼 변해 오수가 정체돼 썩어갔다. 폐수가 무단 방류되고 부근에 있던 빗물펌프장 3곳에서 오염물질도 쏟아져 들어왔다.

개발의 상징과도 같던 여의도는 다시 한번 인간의 손으로 생태복원 작업에 나섰다. 생태공원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7년 국내 최초로 샛강일대에 생명체가 숨쉴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됐다. 일부 생태전문가들은 인공적으로 습지를 조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기도 했지만 일단 저습지와 맑은 물이 흐르자 생명체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조사에 따르면 공원에는 식물 160여종, 맹꽁이 누룩뱀 등 양서ㆍ파충류 10여종에 토끼, 족제비, 너구리, 꿩, 꾀꼬리 등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조류의 종은 꽤 많은 편이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박새, 곤줄박이, 꿩 같은 텃새는 사철내내 관찰된다.

여름이면 백로 왜가리 개개비 덤불해오라기 등이 날아든다. 오리류로는 청둥오리, 논병아리가 흰뺨검둥오리가 있고 육식조류인 황조롱이도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이 지역의 자생식물종은 단순한 편이다. 얕은 둔덕을 덮은 초지 곳곳에 물을 머금은 습지가 있고, 습지를 중심으로 갈대, 물억새, 부들, 매자기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옮겨 심은 야생화도 자리를 잡고 있는 정도이다.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공원임에도 비교적 먹이사슬이 건강한 것은 샛강의 물 덕분이다. 샛강 에는 원래 한강물이 직접 흘러 들었으나 수량변화가 심해 한때 유입구를 막고 지하철 5호선의 배출용수를 하루 4,000톤씩 유입시켰다. 한강수질이 좋아진 지금은 수로를 넓혀 막혀있던 물길을 터서 한강물을 끌어들이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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