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4층 세미나실에 진행된 서울고법 등 12개 지법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는 '조두순 사건' 등 아동범죄에 관한 법원의 관대한 양형(量刑)을 두고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조씨 사건 1심을 담당한 재판부의 상급법원인 수원지법 이재홍 법원장은 국감이 진행되는 내내 의원들의 연이은 공세를 참아내야 했다.
이 법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조두순 사건이 쟁점이 될 것이란 예상을 하고서"조씨는 범행 전날 여러 곳에서 오랜 시간 술을 마셨고 평소 심한 알콜중독 증세가 있었다"며 만취상태에 따른 심신미약 감경사유를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노철래 의원은 "설명한 것을 들어보면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조씨를 두둔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씨의 죄명인 강간 치상과 미성년자 약취에 대한 형법에 규정된 형량을 단순합산만 해도 징역 20년이 나온다"며 징역 12년이 나온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법원장은 "법원장으로 재판 결과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심신미약에 따른 감경의 증거가 있어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법원장이 노 의원의 질문 중간에 목소리를 높여 대답을 계속 하려고 하자, 노 의원은 "나 보다 더 큰소리를 치느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법원의 양형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법관들이 양형에 건전한 상식을 반영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의혹을 가지고 있다"며 "대법원 국감 때는 양형위원장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도 "현행 재판제도는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였는지를 법관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며 법관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다른 아동범죄인 의붓아들 학대치사 사건(본보 6일자 12면)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이 "계모가 의붓아들을 때려 죽게 했고, 피해자 가족이 피고인의 가족인데 이들의 선처가 감경사유가 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하자, 이태운 서울고법원장은 "아동 및 피해자 인권에 관심 기울이고 엄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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