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 소식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9일 새벽 5시께 대서양을 건너온 뉴스에 미국 언론마저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한 시간이 9개월 정도에 불과하며, 역대 수상자들과 달리 아직까지 이렇다 할 가시적인 업적을 보여준 게 없어서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노벨평화상 후보자 등록 마감일 불과 2주전에 대통령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이번 수상 소식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9일 보도했다.
노벨위원회가 밝힌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 이유를 살펴보면, 과거 '미국 일방주의'라고 비판 받던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의 외교노선과 결별했다는데 높은 점수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유엔과 국제기구들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다자외교를 정착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밖에 핵확산방지를 위해 힘을 쏟았고 중동평화회담 분위기 조성과 함께 2003년부터 계속 이라크에 주둔해 온 미군 철수를 시작한 점도 노벨위원회가 오바마를 수상자로 선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주재해 핵무기 확산 근절 결의안 통과를 이끌었다. 7월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의 핵탄두 수 감축에 합의하기도 했다. 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갈등으로 얽힌 국제사회를 대화와 설득으로 해결하려 한 점을 높게 샀다"는 뜻을 전했다.
AF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에 대해"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도 세계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새로운 미국의 지위를 확립하는데 기여를 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한 자리에서 만나게 했으며 이란, 북한, 미얀마와도 외교적인 해결책 모색에 힘썼다"고 보도했다.
분쟁 갈등 해소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대통령이 소극적이었던 세계 기후변화 대응문제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주도로 미국은 세계가 직면한 크나큰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데 보다 건설적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또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도 본궤도에 올렸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노벨평화상 수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북미관계는 냉각국면을 벗어났다고 할 만하지만,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는 여전히 요원하고 이란은 대표적인 핵 위협국가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바마의 수상자 선정 자체에 불신을 표시하는 반응도 나온다. 지난해 평화상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 핀란드 전대통령은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까지 벌여놓은 일들을 더 잘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평화상을 수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DPA통신에 밝혔다.
1983년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받다니, 너무 빠른 것 아니냐. 그는 아직 해놓은 게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상 수상자로 걸맞는 인물이며 수상을 축하한다"고 대변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 오바마 대통령이 정의실현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탈레반은 "오바마는 아프간 평화를 위해 기여한 것이 없기 때문에 불공정한 결정"이라며 비난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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