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을 되살려야 하는데…. 이 관장, 새로운 스타를 키워줘."
1970년대 암울했던 시절 박치기 한 방으로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줬던 프로레슬링 영웅 김일. 그가 2006년 10월26일 세상을 떠나기 전 수제자 이왕표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에게 남긴 유언이다.
"이 관장만 믿네. 잘 부탁하네."스승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말은 제자의 귓전을 맴돈다. 스승의 유지를 받들고자 제자는 스승이 세상을 떠난 지 딱 3년이 되는 오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추모행사 및 제4회 김일 추모 레슬링 대회를 개최한다.
'박치기 왕' 김일은 흑백 TV 시절인 1960~70년대 국민을 TV 앞에 모이게 만든 영웅이었다. 먹고 사는 게 힘들었던 시절, 김일이 일본과 미국의 강호를 박치기로 매트에 눕히면 국민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그러나 김일이 은퇴한 뒤 서서히 프로레슬링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이에 김일은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야 하는 데…"란 말을 되뇌다 세상을 떠났다.
이왕표 대표는 8일 "앞으로 추성훈과 최홍만 등 격투기 스타들을 프로레슬링 무대로 영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타 영입을 통해 볼거리를 만들어야 팬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뜻. 이 대표는 "스타를 영입해 프로레슬링 영웅으로 만들겠다. 씨름판을 떠나 격투기에 뛰어든 천하장사 출신 김영현과 이태현도 영입 대상이다"고 말했다.
프로스포츠에는 스타가 있어야 팬들이 모이는 법. 그는 미국 프로레슬링 WWE처럼 스타 마케팅을 통해 팬들을 모으고, 드라마를 시청하듯 스토리가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일 선생께서 국가대항전을 통해 프로레슬링을 민족스포츠로 만들었다. 이제는 환상적인 기술과 볼거리를 통해 스포테인먼트를 추구해야 한다."
그는 프로레슬링이 살아 남으려면 종합격투기와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선지 '김일 추모 레슬링 대회'에서 K-1 출신 격투기 선수 밥 샙(35ㆍ미국)과 재격돌한다. 프로레슬러 이왕표와 격투기 선수 밥 샙은 지난해 11월 프로레슬링이 아닌 종합격투기로 맞붙어 이왕표가 팔가로누워 꺾기로 이긴 바 있다.
당시 승부조작설이 퍼졌지만 이왕표는 "우리가 하니까 승패를 미리 결정한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면서 "밥 샙이 격투기 무대에서 쌓은 명성이 있는데 과연 내게 져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왕표는 밥 샙과 종합격투기, K-1, 프로레슬링 가운데 어떤 규칙으로 싸울지 논의하고 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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