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패스트 패션이 급성장하는 지금이 국내 패션 업계엔 글로벌화의 기회다."
지식경제부가 패션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가 지난달 29일 집중 육성 대상인 12개 업체 및 브랜드를 확정하고 사업을 본격화했다(한국일보 30일자 21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주력산업정책관 정재훈 국장은 7일 기자와 만나 "폴로 랄프로렌이나 타미 힐피거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한국의 빈폴이 끼지 말라는 법 없다"며 "최소 2, 3개 브랜드가 글로벌화에 성공한다면 그 노하우를 밑거름으로 국내 패션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 국장은 패션을 생활용품 산업 전반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으로 정의했다.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사이에 위치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국가 이미지 제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장 유망 전략 산업이라는 인식이다.
전략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패션 시장은 고가 시장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영세성과 그로 인한 해외 명품 브랜드의 득세로,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산 싸구려 제품의 시장 잠식으로 국내 브랜드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 중인 패션 브랜드는 2,000여개로 국산 브랜드의 점유율은 2003년 61.9%에서 지난해 56%로 급감했다.
아쉬운 현실이지만 낙담은 이르다. 정 국장은 "최근 패션 시장의 중심축이 명품 위주에서 패스트 패션으로 크게 이동했고, 중저가 의류에서는 (한국이) 패션에 대한 민감성이 최고 수준이며, 수출이 세계 6위권인 섬유 산업과 동대문 남대문 등 싸고 빠른 기획 제조 기반을 갖춘 만큼 충분히 도약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 참여 브랜드가 한두 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생산·유통 겸영(SPA)형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브랜드들로 채워진 배경이다.
정 국장은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도 동반 성장해야 하지만 우선은 우리가 강점이 있는 쪽에 집중해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입구 등에서 판매되는 '이신우' '김창숙' 등 한때 날렸던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쇠락을 보면서 브랜드가 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본에 태워져야 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디자인력 외에 전문 경영 시스템, 통합 마케팅력, 소비자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 등 산업적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브랜드 프로젝트도 명시적으로는 2015년까지 3개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 목표지만 그 기저에는 이 과정에서 국내 패션 산업의 지식 기반화를 추진하고 패션 산업의 단계별 프로세스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보다 큰 지향점을 갖고 있다.
그는 "올해 지경부가 패션 산업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65억여 원 수준인데 내년엔 이보다 증액될 것"이라고 했다. 정 국장은 "현 정부 들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추진되면서 다양한 사업 분야에 대해 좀 더 열린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패션 산업의 경우 개별 기업 지원보다는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사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국장은 행시 26회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산업기술정책과장, 지경부 대변인과 무역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이성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