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숙 지음/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304쪽ㆍ1만3,000원
자연에서 자란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 대도시 서울의 콘크리트 문화에 살면서도 늘 자연을 그리워했던 이 책의 저자는 마침내 종로구 부암동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영화, 드라마의 무대로 자주 나오는 부암동은 광화문과 지척이면서도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으로 에워싸인 산골 동네이자 조선의 흔적을 품은 역사 동네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2006년 7월 부암동에 마당 있는 단독주택을 마련한 뒤 가진 넉넉한 삶의 기록이자 마당 있는 집에 바치는 일종의 헌사다.
마당은 집에서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곳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연의 순환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마당에서 산책하고 꽃을 가꾸며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기르고 과일을 수확한다. 가끔은 마당에서 밥도 먹고, 해를 받은 북한산 바위의 색깔 변화도 읽는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역시 집에 넉넉한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마당 있는 집에서 산 지 3년 남짓, 그 사이 깨달은 것은 삶의 즐거움은 소박한 것이고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편집위원이자 동화작가인 저자는 막연한 미래에나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집에 온 뒤로는 바로 지금이 가장 충만한 시간, 행복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사람과 부대끼고 근심과 갈등에 휩싸일 때마다 마당에서 위로와 용기와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고백한다.
책에는 단독주택을 고르는 법부터 마당을 일구고 꽃과 나무를 가꾸는 요령 등도 수록돼 좋은 정보도 된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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