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새벽 1시경 중국 서남부의 최대 산업 도시인 광저우(廣州)에 위치한 페덱스 물류기지. 대다수가 잠에 빠져든 시간이지만, 세계 최대 특송업체 페덱스의 아시아 물류기지인 이곳은 말 그대로 불야성(不夜城)이다.
언뜻 보면 모든 게 혼돈 상태다. 대낮 같이 밝은 페덱스 전용 활주로에는 '윙~ 킹~'하는 소리와 함께 대형 화물기가 바닥에 바퀴를 내려놓는가 하면, 이미 도착해 주기장(駐機場)에 자리 잡은 항공기는 몸을 열어 화물 컨테이너를 연신 쏟아낸다. 컨테이너를 화물 분류 기지로 운반하는 '돌리'(컨테이너 견인차)는 몸통에 기차처럼 컨테이너를 매달고 바쁘게 움직인다. 분류 기지로 들어온 컨테이너에서 내려진 상자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어디론가 오르내린다.
페덱스는 이를 '조직화된 혼돈'(Oranized Chaos)라고 부른다. 질서정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모두 페덱스가 자랑하는 최첨단 물류 시스템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가 언제 어디로 착륙해 어느 곳에 파킹하는가부터, 부려진 물건이 자신의 '이력서'(바코드)에 따라 분류돼, 어느 장소로 이동해 어떤 비행기로 갈아타고 '고향'(도착지)으로 향할지까지. 모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동한다.
특히, 분류 기지는 사실상 거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자동화해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진 화물은 총 16개 라인에서 1차 분류되고, 이는 다시 8개 라인을 통해 정확하게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게 된다. 시스템의 모든 움직임은 통제 센터가 모니터링한다.
이런 물류시스템은 혁신적인 정보기술과 기계공학 덕분이기도 하지만, 빠른 배송의 근원은 1965년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던 프레드 스미스 현 페덱스 회장의 자전거 바퀴에서 착안한 '허브'(Hub)와 '스포크'(Spoke) 개념에서 출발한다. 화물을 자전거 바퀴 모양으로 배송할 경우, 많은 양을 한꺼번에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 이 시스템 덕분에 서울 광화문에서 오후 5시에 부쳐진 서류 상자를 호주 시드니에서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다고 한다.
페덱스가 광저우에 대형 물류기지를 세운 것은 올 2월이다. 본사인 미국 멤피스을 제외하곤 세계 최대의 허브이다. 이를 광조우에 만든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 1억5,000만달러를 들여 세운 광저우 허브는 규모 면에서 멤피스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다.
특송업체에서는 처음으로 2개의 전용 활주로를 보유하고, 화물기가 일주일에 136회나 이착륙한다. 한꺼번에 26대의 비행기가 주기할 공간도 마련돼 있고, 화물기의 지상 통제를 책임지는 관제탑도 자체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항공 관련 시설을 제외한 물류기지 크기는 63만㎡로, 여의도 공원의 3배에 이른다.
페덱스가 이처럼 광저우 허브에 공을 들인 이유는 세계 경제의 중심 축이 적어도 30년 이상 아시아권에 자리잡을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데니스 윌슨 아시아태평양 부문 대표는 "광저우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주장(珠江) 삼각주에 위치한 중국 물류의 요충지일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와 신속하게 연결되는 이점도 있다"며 "첨단 자동화 물류 시설 덕분에 800여명의 인원만으로 시간당 3만5,000개의 화물을 오차 없이 분류할 수 있어 아시아 물류 거점의 중심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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