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81세 여성이 또 숨져 최근 사흘 새 노인 3명이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했다. 사인은 모두 백신 접종과 무관한 지병 악화로 결론 났지만, 고령의 만성질환자가 접종을 위해 무리하게 움직일 경우 지병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는 "7일 오전 전북의 한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귀가한 81세 여성이 같은 날 오후 6시40분 흉부 통증으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여성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일에는 86세 남성이 예방접종 후 귀가 도중 숨졌고, 6일에도 81세 여성이 접종 14시간 만에 사망했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이날 긴급 전문가대책회의를 열고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같은 보건소의 다른 접종자들은 이상 반응이 없었다"며 "3건 모두 심근경색이나 대동맥 혈관이 찢어지는 등 지병 악화에 따른 것으로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2005년 6건, 지난해 3건 등이었지만 모두 백신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고령의 만성질환자들은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무리해서 이동하고 접종을 위해 장시간 기다릴 경우 지병이 갑자기 악화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접종을 받을 때는 따뜻한 옷을 입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접종 전 예진 때 평소 질환을 의료진에게 상세히 알려야 한다. 또 거주지별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맞춰 보건소를 방문, 장시간 대기를 피하고 접종 후 20~30분간 보건소에서 머물렀다가 귀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혈압 환자의 경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다른 날로 접종을 미뤄야 한다. 이번 사망자 3명 모두 고혈압 환자였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감시팀장은 "예년과 달리 올해는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만성질환자들까지 독감 예방접종을 받으러 오고 있다"면서 "독감 백신은 신종플루 예방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므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접종을 미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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