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일본 도쿄 산토리홀은 세계 초연작 '생황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 슈(Su)'의 색다른 감흥에 젖어 있었다. 동양 전통 악기를 재발견하게 한 재독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씨의 이 작품은 이후 미국 등 세계 무대의 초청에 응하고 있다.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이기도 한 진씨가 이번에는 전자음악을 테마로, 현대음악에로의 초청장을 띄웠다.
현대음악제 '진은숙의 아르스노바'가 두 개의 큰 무대를 갖는다. 언제나 낯섦과의 충돌을 전가의 보도로 내세워 온 연주회답게 이번에도 세계ㆍ아시아 초연작들이 즐비하다. 올해는 프랑스 정부가 설립한 세계 최대의 현대음악 단체 IRCM(현대 음향ㆍ음악 연구소) 소속 음악인과 엔지니어를 초빙, 신지평을 열어 보인다. 진씨를 비롯, IRCM의 음악감독 수산나 멜키와 재불 바이올린 주자 강혜선씨 등 여성 3명이 축제를 지휘한다.
2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아르스 노바 3'은 현대음악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이다. 현대음악의 창시자인 안톤 베베른과 알반 베르크가 가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후기 낭만주의적 어법으로 작곡한 '여름 바람에'(1904년), '바이올린 협주곡'(1935년) 등 연주회장에서 듣기 힘들었던 두 곡이 곧 다가올 태풍을 예고한다. 이날 진씨의 '(독주 바이올린과 전자 악기를 위한) 이중 구속', 죄르지 리게티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장면' 등이 아시아 초연된다.
24일 오후 8시 한국예술종합학교 KNUA홀에서 열리는 실내악곡을 위주로 한 '아르스 노바 4'의 색채는 더욱 강렬하다. 6작품 중 3곡이 아시아 초연, 1곡은 세계 초연이다. 한양대 음대 임종우 교수의 '음성의 실루엣'은 낭송자, 기악 앙상블, 전자 음향이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세계 초연된다.
세계 현대음악의 전위를 가늠케 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IRCM의 설립자이기도 한 현대음악의 거두 피에르 불레즈의 '송가2'는 실시간 컴퓨터음악의 맛을 선사한다. 매킨토시 컴퓨터에서 만들어진 음향이 스피커들을 통해 나오면 바이올린의 강혜선씨가 거기에 순간적으로 감응, 연주를 들려주는 것.
핀란드 작곡가 유카 티엔수의 '네모'는 고래의 울음소리를 프로그래밍한 음향에 맞춰 즉흥 연주하도록 한 작품이다. 독일 작곡가 요르크 횔러의 '공명'은 테이프에 녹음된 오케스트라 연주를 기계적으로 조작해 각종 음향 효과를 경험하게 한다. 진은숙씨의 2007년작 '(독주 바이올린과 전자 악기를 위한) 이중 구속'은 컴퓨터와 강혜선씨의 연주가 실시간으로 조응해 이뤄내는 이중주다.
올해 행사에서는 한국 전자음악의 효시 강석희 서울대 명예교수의 12분짜리 작품 '(24인의 음악가와 전자 음악가를 위한) 항변'이 연주돼 행사의 역사성을 새긴다. 강 교수는 "1982년 비엔나 콘체르토하우스에서 초연돼 호평을 받은 뒤 일본에서도 연주됐지만 국내에서 전곡이 연주되기는 처음"이라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인 수산나 멜키가 지휘봉을 잡게 돼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새로운 예술'이란 뜻의 현대음악제 '아르스 노바'는 진씨의 2006년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 취임을 계기로 열리고 있다. 이번 공연에 쓰일 하드웨어는 믹싱 콘솔, 애플 맥 컴퓨터, 디지털 신호를 오디오로 변환시키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이다. (02)3700-630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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