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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그리다/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맞아… 소설속 내용을 화폭에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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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그리다/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맞아… 소설속 내용을 화폭에 옮겨

입력
2009.10.0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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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지긋이 감고 머리를 깎고 있는 버섯머리 사내, 심술궂은 표정으로 천변에서 빨래방망이를 두드리는 여인네들, 판자촌과 고가도로 교각과 고층건물이 혼재해 있는 청계천….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구보 박태원(1909~1986)의 작품세계가 그림으로 다시 태어난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 12~15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구보, 다시 청계천을 읽다' 전시회에서다.

서양화가 민정기씨를 비롯해 김범석, 김성엽, 이인, 임만혁, 주영근, 최석운, 한생곤씨와 소설가 윤후명씨가 종로와 청계천을 주무대로 한 구보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 을 30여점의 회화로 형상화했다. 윤후명씨는 3~4년 전부터 문학작품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에 참여해온 것이 인연이 돼 문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출품했다.

구보가 주로 활동했던 식민지 시기의 서울과 21세기 서울의 이미지를 교차시킨 작품들이 눈에 띈다. 예컨대 민정기씨의 '청계천_구보의 이발' 연작은 <천변풍경> 에 묘사된 이발소 풍경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두 점의 그림에서 이발소 의자에 앉아 있는 인물은 구보로 동일하지만 이발소 바깥 풍경은 각각 1930년대의 서울과 현재의 서울이다.

청계광장 전시가 끝나면 서울 경운동 부남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겨 27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전시작들은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교보인터넷미술관(gallery.kyobo.co.kr)에서도 볼 수 있다.

'한낮의 풍경 속으로' '물을 끓였다' 등의 그림을 출품한 윤후명씨는 "구보의 소설을 다시 읽고 그림을 그리면서 70~80년 전에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다시 한번 경탄했다"며 "이번 전시회가 문학과 미술의 활발한 소통을 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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