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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공조 자충수 우려/ 나홀로 '수렁' 빠질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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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공조 자충수 우려/ 나홀로 '수렁' 빠질 가능성도

입력
2009.10.08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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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정부는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국제사회의 주도권이 선진7개국(G7)에서 한국을 포함하는 주요 20개국(G20)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내년 G20 의장국인 동시에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전면에 나서서'출구전략 국제공조'를 적극 주창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아젠다를 선점함으로써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재정지출 확대공조'라는 아젠다를 제시, 국제사회 지지를 이끌어냈던 경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주요국 간 공조가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됐듯, 출구전략 국제공조도 필요성은 인정되는 바. 세계 각국이 무질서하게 출구전략을 펴는 경우 국가간 금리차로 인해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자금을 빌려 고금리 자산으로 이동)가 기승을 부리고 달러가치가 급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다시 급격한 불안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국제공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내 경제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아젠다 선점'에 너무 신경을 쓸 경우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 다소 대접을 받기 시작하면서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들떠 있다는 느낌"(김기원 방송대 교수)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지금 당장 출구전략, 그러니까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정부의 재정여력이 소진되면서 경기회복 탄력이 약해지고, 글로벌 경제의 더블 딥(이중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문제는 향후 상황이다. 앞으로 1~2개월 뒤가 됐든, 혹은 6개월 뒤가 됐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타이밍이 왔을 때 '국제공조'에 구속되지 않고 적기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도 누차 강조하고 있듯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회복 속도가 빠른 나라 중 하나인 만큼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도 정부는 "출구전략은 시점, 속도, 순서가 중요한데 속도와 순서는 나라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타이밍(시점)은 국제공조 속에서 이뤄지는 게 모든 나라에게 도움이 될 것"(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라고만 강조한다.

이에 대해 이제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밝히고 있는 국제공조 필요성에 스스로 얽매여서 금리 인상 타이밍을 실기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국제공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을 향해 "국제공조 기준과 원칙을 만들라"고 목청을 높이지만, 각국마다 경제회복속도와 인플레 강도가 다른 상황에서 공조기준을 도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도 "각국의 경제상황을 계량화할 수 없는 마당에 선언적인 것 외에 세부 기준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실리를 버려서는 안 된다"며 "회복 속도가 느린 선진국들과의 공조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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