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는 국내에서는 '겨울 스포츠의 왕' 대접을 받지만 국제대회만 나가면 '동네북'이 되고 만다. 한국은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사상 최악인 7위에 그쳤다. 아시아에서마저 3류로 전락한 것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된다.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농구가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프로농구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자농구는 선수들의 몸값에 비해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전육 KBL 총재는 얼마 전 "한국농구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기량과 정신력은 물론이고 매너도 빵점"이라며 "이대로 가면 희망이 없다. 제3의 기구를 만들어서라도 대표팀을 관리,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의 국제대회 참패 원인 중 하나로 프로를 관장하는 KBL과 아마추어 최고기구인 대한농구협회(KBA)의 갈등이 꼽힌다. 대표팀 선발과 관리 권한은 KBA에 있는 반면, 종합적인 지원은 KBL이 맡는다. 총재가 '제3의 기구'를 거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L 입장에서는 지원만 하고 실질적인 주도권은 KBA가 갖는 현재의 구조가 영 못마땅하다.
전 총재는 고육지책으로 제3의 기구를 언급했다. 물론 총재의 구상대로 제3의 기구가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칫 KBL과 KBA간 갈등만 심화시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구를 창설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회 연속 4강에 빛나는 야구의 경우 대표팀 선발에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프로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할 경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아마추어 위주의 대표팀일 경우 대한야구협회가 주도권을 갖는다. 야구는 98년 방콕아시안게임 때부터 이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답은 멀리서 찾으려면 잘 보이지 않는다. 논현동 KBL 센터에서 도곡동 야구회관까지는 걸어가도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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