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요즘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10, 11월은 머리카락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기다. 여름철의 강한 햇빛과 두피 분비물에 시달리면서 모발이 약해진 데다가 탈모에 영향을 주는 남성 호르몬 분비가 이맘때 일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마저 잃기 일쑤다.
■ 같은 듯 다른 남녀 탈모
남성 탈모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변형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경우에 생긴다. DHT는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단축하고 모낭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모발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에너지 생성을 방해한다.
특히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성장하는 데 방해가 된다. 실제로 '사춘기 이전에 고환을 거세한 환관은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다. 이 물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난 뒤에야 탈모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머리카락이 빠지기 전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지고 가늘어지면서 탈모는 이미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더 진행되면 머리카락의 생장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면서 조금만 자라도 빠지게 된다.
여성은 머리 정수리 부분의 모발이 얇아지고 전체적으로 숱이 적어지다가 결국에는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진다. 남성형 탈모와 마찬가지로 유전 요인이 가장 크지만 사춘기 임신 출산 폐경기 등으로 체내 호르몬이 변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피임약이나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도 탈모 원인일 수 있다.
여성도 난소와 부신에서 남성 호르몬을 분비하지만 그보다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훨씬 많이 분비하므로 남성처럼 완전히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중년 이후 생기는 여성형 대머리는 지루성 피부염, 여드름, 생리 불순 등이 동반되거나 철분 결핍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생기는 수도 있다.
■ 남녀 탈모, 치료법도 달라
탈모 치료는 성별과 탈모 단계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 탈모의 경우 초기에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정수리나 이마가 비어 보이거나 앞 이마 양쪽 가장자리의 모발 선이 뒤로 밀린다. 이 단계에는 두피를 깨끗하게 하고 약물치료만 해도 된다.
현재 의학적으로 입증된 탈모 치료제로는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이 있다. 프로페시아는 DHT의 생성을 억제해 탈모를 치료하는 약물로 현재까지 나와 있는 탈모 치료제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나다.
탈모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앞 이마 탈모와 정수리 부분의 탈모와 만나는 단계에 접어든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마 쪽에는 머리카락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된다.
이쯤 되면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 부위에서 모근을 떼어 탈모 부위의 두피에 옮겨 심는 모발 이식을 해야 한다. 모발 이식 후에도 더 이상의 탈모가 진행되는 것을 막으려면 프로페시아와 같은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이 단계를 넘어서 흔히 말하는 대머리가 되면 약물치료만으로는 안 되고 모발 이식술이나 가발 등을 이용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탈모 치료가 쉽다. 여성형 탈모의 경우 남성형 탈모와 달리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탈모를 막을 수 있다. 여성형 탈모 치료법은 크게 약물요법과 후두부 두피의 모낭을 옮겨 심는 자가모발이식술이 있다.
약물치료는 남성 호르몬 합성이나 작용을 방해하는 약제와 미녹시딜 국소 도포제, 기타 미네랄 보충제 등을 사용한다. 특히 여성 탈모는 먹는 약보다 미녹시딜이나 트레티노인 등 외용 약물을 많이 이용한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으나 이 약을 복용한 뒤 온 몸에 털이 자라는 증상이 나타나 1980년대부터 바르는 발모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 약은 초기 탈모 환자나 경미한 탈모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데 8개월이 지나도 효과가 없으면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트레티노인을 미녹시딜과 함께 바르면 좀 더 효과를 볼 수 있다. 남성 탈모 방지에 쓰는 프로페시아는 남성 태아의 외부 생식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가임기 여성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 또한 여성 탈모는 스트레스로 인한 휴지기 탈모가 많기 때문에 영양이나 휴식, 생활 습관 등만 바꿔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 탈모를 막아 주는 식단
탈모는 식생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머리카락은 95% 이상이 단백질과 케라틴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우리 몸은 단백질을 비축하기 위해 생장기에 있는 모발을 휴지기 상태로 바꾼다. 이렇게 되면 2, 3개월 뒤에는 심한 탈모가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탈모를 예방하려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과다한 육류 섭취는 탈모의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야채와 함께 단백질이 풍부한 콩류와 등 푸른 생선 등을 즐겨 먹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검봬燒? 일본에서는 검은깨가 탈모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검은콩 검은깨 현미 율무 솔잎 등을 섞어 매일 먹으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검은깨는 흰머리 예방 효과도 있다.
비타민도 탈모와 비듬 방지에 좋다. 비타민A는 케라틴 형성에 도움을 주므로 부족하면 모발이 건조해지고 윤기가 없어진다. 비타민A가 많이 든 식품은 간 장어 달걀노른자 녹황색채소 등이다. 비타민D는 탈모 후 모발을 재생하는 효과가 있다. 비타민E는 모발을 강하게 하고 모발 발육에 도움이 되며, 달걀노른자 우유 맥아 시금치 땅콩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해초에는 모발 영양분인 철 요오드 칼슘이 많아 두피의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특히 요오드는 모발 성장을 돕는 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한다. 갑상선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탈모 가능성이 정상인의 5~10배에 달한다.
모발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음식은 라면 햄버거 피자 등의 가공 인스턴트 식품과 커피 담배 등 기호 식품, 콜라 등 음료수다. 또한 설탕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과자나 케이크, 너무 맵거나 짠 음식,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도 모발 건강을 해치므로 삼가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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