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가 작년 12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 이어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다. 1999년 필리핀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 계기에 3국 정상이 처음으로 조찬 회동을 한 지 꼭 10년만이다.
한중일 협력은 지난 10년 간 커다란 발전을 이뤄왔다. 첫째 3국 간 많은 협의체가 새로 생겼다. 99년 시작 당시에는 ASEAN+3 틀 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하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외교장관 회의를 비롯 50여 개의 정부 간 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둘째 3국 협력이 점진적이나마 지역협력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99년에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하나만으로 출발했었다. 그러나 2003년 한중일 협력 정상선언, 2004년 행동전략, 2008년 행동계획 등이 채택돼 협력의 기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었다.
셋째 협력의 폭과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현재 3국 협력은 자유무역협정(FTA) 민간 공동연구, 황사 공동 대응, 3각 항공셔틀 개설, 청소년 교류, 재난 방지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북핵 문제 등 민감한 외교 안보 사안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3국 간 인적ㆍ물적 교류는 실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3국 간 교역액은 1,300억달러에서 작년 5,200억달러로 4배, 인적 교류는 660만명에서 1,43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변화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3국 모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력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사이의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의 주도적 제의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야 할 길은 멀다. 특히 우리보다 훨씬 앞서 지역협력을 이룩해 온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 등과 비교할 때 달성해야 할 과제가 많다. 금년도 한중일 정상회의가 지니는 의미는 크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해야 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지난 10년 협력의 성과를 돌이켜 보고 다가올 10년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상들이 채택을 추진 중인 '10주년 기념 공동문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각국의 국내정치적 변화를 뛰어넘는 3국의 장기적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지난 8월 총선을 통해 '아시아 중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등장한 일본 신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새롭게 확인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셋째, 3국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지역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북핵 문제 등 지역 안보문제와 경제 금융 환경 등 국제 이슈들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이 기대된다. 끝으로 사이버 사무국 공식 개설, 항공 분야 협력 및 3국 기업인 협의체(Business Summit) 개최 등 구체적인 성과도 도출될 전망이다.
한중일 협력의 시작은 작은 발걸음에 불과했으나 10년간 걸어온 길은 매우 견실했다. 앞으로 나아갈 10년은 더욱 창대할 것이다. 1950년 로베르 슈망과 콘라드 아데나워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구상을 발표했을 때 아무도 오늘날과 같은 EU의 탄생을 예측하지 못했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가 큰 성공을 거두어 내년 한국에서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때에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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