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으며 세계의 알파벳입니다."
미국 언어학자인 로버트 램지 메릴랜드대 교수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 코러스하우스에서 가진 '왜 우리는 한글날을 기념하는가'라는 한글날 563돌 기념 특별강연을 통해 넘치는 한글 예찬론을 펼쳤다.
램지 교수는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라며 "한글은 어느 문자에서도 찾을 수 없는 위대한 성취이자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글은 한국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 나라를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선물이기도 하다"고 극찬했다.
사실 한글의 자음인 'ㄱ', 'ㄴ', 'ㄷ' 등은 실제 발성기관 모양을 그대로 본떠 소리와 글이 체계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반면 영어 알파벳은 't'와 'd' 두 글자가 발음상 어떤 연관이 있다고 짐작할만한 단서가 없다는 게 램지 교수의 설명이다.
램지 교수는 한글은 과학성뿐만 아니라 인본주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종대왕은 백성이 누구나 글을 읽고 쓰고 또 여성들까지도 글을 깨우쳐야 한다는 보편주의적 시대정신을 지니고 있었다"며 "이런 사상은 지금으로 보면 당연하지만 당시 지배계급의 눈에는 시대착오적이고 위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램지 교수는 한글의 국제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큼 단순하게 접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 중종 때 역관 최세진이 한글의 음운체계를 활용해 중국어 만주어 등 다른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한 예를 들었다.
그는 "한글은 중국어를 표기하는데 가장 효율적이고 한글을 도입하면 중국인들이 쉽게 배우고 쓸 수 있지만, 중국은 민족적 자존심과 같은 정치적인 이유로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램지 교수는 "한글날은 추석보다 더 큰 기념일이 되어야 한다"면서 푸대접 받는 한글날을 에둘러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대부분 기념공휴일이 정치적인 사건이나 계절의 변화, 종교와 관련된 것이지만 한글날은 인간의 정신과 사상의 발전과 성취를 되새기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역설했다.
램지 교수는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15, 16세기 경상도, 함경도 말을 집중 연구했으며 컬럼비아대학에서도 10년간 한국어 강좌를 맡은 바 있다. 메릴랜드대에서는 20여년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편 코러스하우스에서 한글날 기념 서예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는 묵제 권명원씨는 이날 직접 한글 붓글씨 쓰기 시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메릴랜드 대학 한국어 강좌 수강생 70여명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 김춘수의 '꽃',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등을 낭송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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