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의 흥행 열풍에 이어 지난달 29일 남태평양 사모아와 통가의 피해가 겹치면서 최근 쓰나미(지진해일)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강한 해저지진이 일어나면 한반도도 쓰나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 한반도 주변 해저지진 매년 발생
1900년 이후 한반도에는 총 4차례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모두 일본 쪽에서 일어난 리히터 규모 7 이상의 해저지진이 원인이었다. 가장 최근 기록은 93년 7월. 오쿠시리섬 해역에서 리히터 규모 7.7의 해저지진이 일어나 강원 동해시에서 최고 높이 2.76m, 속초시에서 2.03m, 경북 울릉도에서 1.19m, 포항시에서 0.92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이 쓰나미로 어선과 어망이 훼손되면서 약 4억원의 피해가 났다.
83년 5월 아키타(秋田)현 해역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7.7의 해저지진 때문에 동해안에서 만들어진 쓰나미는 인명 피해까지 불러왔다. 1명이 죽고 2명이 실종됐다. 두 쓰나미가 일본에서 한반도까지 오는 데는 100~120분이 걸렸다.
한반도 주변에서도 해저지진은 꾸준히 일어난다. 2001년 이후 기록을 보면 매년 16~28회 발생한것으로 돼 있고, 올해 역시 9월까지 전남 영광군과 인천 백령도, 부산 기장군, 제주 등에서 총 25회 발생했다.
다른 해보다 좀 더 많은 편이다.하지만 한반도 주변 해저지진의 규모는 모두 리히터 규모 5 이하다. 쓰나미가 발생하려면 리히터 규모 6 이상이 돼야 한다. 발생 빈도는 잦지만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웃 일본 쪽에선 리히터 규모 7 안팎의 해저지진이 발생한다. 1900년 이후 모두 4번 관측됐다. 조용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본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강한 해저지진의 경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단 1%의 가능성에라도 미리 대비해야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쓰나미 안전지대는 바다
쓰나미 발생 시 가장 안전한 곳은 바로 바다다. 심해에서 갓 발생한 쓰나미의 파고는 2~4m로 생각만큼 높지는 않다. 그러나 바람 때문에 발생하는 일반적인 파도에 비해 쓰나미는 파장이 더 길다. 60년 칠레의 대규모 쓰나미 때는 파장이 1,000㎞에 달했다는 보고도 있다. 바다 한가운데서 쓰나미는 넓은 영역에 걸쳐 낮게 움직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배를 타고 있으면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영화 '해운대'에서 바다 위의 원양어선이 거친 파도 속으로 침몰하는 장면은 쓰나미보다는 폭풍해일을 묘사한 쪽에 더 가깝다.
쓰나미의 위력은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밀려오면서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수심이 얕아지면서 쓰나미의 파장과 속도는 줄어든다. 그러나 에너지보존법칙에 따라 파고는 오히려 높아진다.
또 쓰나미는 파장이 길기 때문에 해안까지 밀려오는 동안 출렁이는 횟수가 일반 파도보다 적어 에너지를 잘 잃지 않는다. 결국 해저지진으로 발생한 에너지가 약해지지 않고 고스란히 해안으로 전달된다는 얘기다.
보통 쓰나미가 발생한 반대편 해안은 안전할 거라고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92년 인도네시아 바비섬에선 남쪽 해안가의 2개 마을이 쓰나미 때문에 사라졌다. 해저지진은 섬의 북서쪽에서 일어났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쓰나미 때도 서남아시아의 섬나라 스리랑카에서 쓰나미가 몰려온 반대편 해안이 오히려 더 높은 파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파도가 섬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돌아가 반대편 해안에서 만나면서 더 커졌기 때문이다.
■ 10m 이상의 철근콘크리트 건물로 대피
영화에서 쓰나미는 수십m짜리 고층 건물을 폭삭 무너뜨릴 정도의 위력을 보여 줬다. 이 역시 과학적으로 정확한 장면은 아니다. 제아무리 쓰나미라도 나무나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라면 모를까 철근콘크리트 건물까지 파괴할 정도는 못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 교수는 "실제로 쓰나미가 일어날 경우 높이 10m(4층) 이상의 철근콘크리트 건물 옥상으로 대피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팀은 최근 실제 쓰나미의 흔적 조사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강원 삼척항 임원항 경포해수욕장 등 3개 지역에 대한 쓰나미 재해 정보도를 만들었다. 대피 시설의 위치와 수용 인원까지 상세히 표시됐다.
일본은 각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 같은 정보를 구축하고 해안가에는 '쓰나미 타워'라고 불리는 대피용 고층 건물 짓는 등 대비에 힘쓰고 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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