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법정관리에 놓인 틈을 타 거액의 공금을 빼돌려 달아났던 동아건설 자금담당 박모(48) 부장이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당초 알려진 890여억원 외에 1,000억원을 추가로 빼돌렸으며 대부분 주식투자나 도박 등으로 탕진하거나 호화생활을 즐기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7일 회사 서류 등을 위조해 은행에 예치된 회사운영 자금과 채무변제금 등 1,89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박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박씨가 허위서류를 이용해 은행에서 돈을 빼내는 것을 눈 감아준 은행 직원 김모(50)씨와 횡령한 돈을 숨겨준 박씨의 부인 송모(46)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도피를 도운 회사 직원 권모(32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가 2001년부터 주식과 경마 등으로 큰 손실을 보자 200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출금청구서 등을 위조해 48차례에 걸쳐 하나은행에 예치돼 있던 회사 운영자금과 하자보수보증금 1,000억원을 인출해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려서 재예치하면 문제 없다"며 고교 선배인 은행 직원 김씨를 끌어들였다.
당초 박씨는 올해 4~6월 동아건설이 파산할 당시 채무변제 자금으로 신한은행 계좌에 보관했던 1,500여억원 중 89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수배됐다. 박씨는 법인 인감을 미리 찍어둔 예금청구서를 위조하는 등의 수법으로 은행에서 채무변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빼돌린 돈 중 900여억원을 주식투자, 도박, 경마 등으로 탕진하거나 별장과 외제 승용차를 구입하는 데 썼고 나머지 일부는 횡령액을 돌려 막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박씨가 해외 카지노를 이용해 횡령액 중 일부를 돈세탁한 혐의를 잡고 국세청과 함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며 회사 고위층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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