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효성그룹 관련 범죄첩보 보고서에 담긴 10여 가지 의혹들 가운데 '해외 재산유출'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됐다.
우선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재산유출 가능성. 구체적으로 본사인 ㈜효성이 2000~2005년 해외 현지법인인 효성아메리카와 효성홍콩, 효성싱가포르, 효성독일 등을 통해 해외무역을 하면서 이들에게 수천만 달러를 과잉 지급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효성이 국내에서 해외 거래처에 직접 수출할 수 있는데도 중개무역 방식을 선택한 것도 이들 해외 법인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것으로 의심했다.
해외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부풀려지면서 본사의 이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됐고, 결과적으로 재산이 해외로 빼돌려졌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효성 해외법인들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도 지적했다. 거래처로부터 받아야 할 부실채권의 액수를 부풀려 장부에 기재한 뒤 나중에 대손(貸損)처리하는 방법을 통해 해외법인에 자금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일례로, 효성아메리카가 거래처인 차이나 라이트(China Light)로부터 받아야 할 매출채권과 대여금, 미수금이 5,000만 달러를 넘는데, 이 중 상당액이 과다 계상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검찰은 특히 효성이 효성아메리카와 지속적인 위장거래를 통해 거액의 부실채권 액수를 부풀린 뒤 이 중 상당액을 회사 밖으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의심했다.
보고서는 이어, 환어음을 통한 부당 수수료 지급 가능성도 지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처와 현금 등으로 즉시 결제를 할 수 있는데도, 굳이 어음 결제를 선택해 관련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외 법인의 이익을 보전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보고서에서 결과적으로 효성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비용, 효성의 이익으로 산정될 수 있는 돈을 불필요하게 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셈이므로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보고서 내용은 물론 수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범죄첩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장기간에 걸쳐 10여가지 의혹을 세밀히 조사한 내용이고, 관련 정황들에 대한 수치나 상황 분석이 매우 구체적이란 점에서 일반 첩보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검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했을 경우 상당 부분 혐의점을 입증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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