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시사발언을 지난달 중국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에게 했던 '다자회담 참여 용의'와 비슷한 맥락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 기대했던 '6자회담 복귀'와 같은 '통 큰 결단'은 없었다는 얘기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가 목표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6자회담이 최선"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한 이 논평에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도 묻어난다.
미국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에 앞서 북미대화를 실질적'협상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비친 점을 우선 우려한다. 김 위원장이 "북미대화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하겠다"고 한 것에선 6자회담을 북미대화의 '종속변수'로 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또 북미대화가 여의치 않을 때는 다자회담에도 나갈 수 없다는 '위협'성격도 있다. 북미대화는 6자회담 틀 내에서 이뤄져야 하며 북미간 실질 협상 테이블이 될 수 없다는 미국 입장과 대비된다.
워싱턴의 대북 소식통은 "북미대화 '결과'운운한 것은 미측 입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원 총리의 방북에도 불구, 북미대화가 단시일 내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을 낳는다.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및 비핵화가 북미대화 의제라는 점을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상태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북미대화의 '결과'만을 강조, 북미대화를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삼으려는 미국의 의도를 봉쇄했다는 것이 부정적 전망의 배경이다.
워싱턴의 또 다른 대북전문가는 "북미의 입장 차는 닭이 먼저냐(미국의 전제조건) 달걀이 먼저냐(북한의 '결과'언급) 식의 논쟁"이라며 "현재로서는 접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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