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속옷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남성이 미궁에 빠졌던 2건의 살인 사건 피의자로 밝혔다. 이 남성은 살해한 여성의 주민등록증 사진 등을 보관해오다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여성이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 살해한 뒤 금품을 빼앗은 혐의(강도살인) 등으로 이모(37)씨를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9월 광진구 화양동 주택에 침입해 혼자 잠들어있던 정모(당시 31세ㆍ여)를 추행하다 정씨가 저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금품을 훔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995년 10월 중곡동 아차산 약수터에서 약수로 세수를 하던 자신을 나무라는 김모(58·여)씨를 홧김에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내다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수사본부까지 구성됐으나 수사에 진전이 없어 결국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이씨는 이밖에도 광진구 일대에서 여성을 상대로 7건의 강ㆍ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14년에 걸친 이씨의 범죄 행각은 그의 성도착적 수집벽 때문에 꼬리가 밟혔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여성 속옷을 훔치기 위해 주택가를 배회하던 이씨가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것을 확인,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임의 동행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씨의 차에 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숨진 정씨의 주민등록증을 찍은 파일 등을 발견하고 추궁한 끝에 과거 범행이 드러났다. 이씨 집에서는 포르노 CD 1,000여장과 훔친 속옷 및 흉기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초등학생 때 한 남성에게 성추행 당한 뒤 성도착 성향을 갖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씨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 증상도 보임에 따라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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