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홍보업체 버슨 마스텔러의 CEO 마크 펜이 쓴 <마이크로 트렌드> 에 따르면 2007년 현재 미국에는 1,100만명의 채식주의자가 있다. 이 중 150만명은 8~18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특히 13~15세 소녀들의 비중이 높다. 채식 증가는 우선 성인병과 연관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병행하는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 유병률이 37% 낮고 치매에 걸릴 위험성은 절반 가량 줄어든다. 여학생들은 다이어트 욕심에 고기를 거부한다. 어려서부터 책과 TV를 통해 곰 고양이 돼지 등 동물들과 친숙해진 아이들은 고기를 삼키려 하지 않는다. 마이크로>
▦ 채식의 유형은 다양하다. 국제채식연합(International vegetarian Union)의 분류를 보면, 네 발 달린 동물의 붉은색 고기는 먹지 않되 조류 가금류 등을 먹으면 '세미(Semi) 채식', 조류 가금류도 먹지 않지만 생선 해물 등을 먹으면 '페스코(Pesco) 채식'이다. 계란 우유는 물론 벌꿀과 같이 동물에서 나오는 음식마저 거부하는 '비건(Vegan) 채식'도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100% 식물성 식사를 하는 비건 채식이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의 채식주의자 가운데 1990년대 5% 미만이던 비건 채식 비율이 지금은 절반 가까이 된다.
▦ 제주도의회 기후연구모임 소속 의원들은 최근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주1회 비건 채식을 실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비건 채식을 도민운동으로 전개하고, 2011년부터는 모든 학교에서 비건 채식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구촌 140억 마리가 넘는 소들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소의 방귀나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일으킨다. 온실가스가 자동차에서는 13.6% 나오지만, 축산업에서는 18.2% 배출된다. 비건 채식이 온난화 방지의 해법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다.
▦ 벨기에 겐트(Gent)시는 매주 목요일을 '채식의 날'로 정해 모든 레스토랑과 급식 등 도시 전체가 채식을 실천한다. 미국 버몬트주의 농장들은 기존 옥수수 사료 대신 콩과 작물인 아마씨를 먹여 메탄 발생량을 18%나 줄였다. 덴마크는 축산농가에 '방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소 1마리당 600크로네(약 14만원)의 정화비용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인류가 육식을 위해 더 많은 동물을 키울수록 지구는 점점 뜨거워진다. 건강에 좋고 지구도 살릴 수 있는 채식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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