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찰관이 112신고 출동을 계기로 수 년째 독립유공자 가족과 따뜻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강북서 수유지구대 김윤태(57) 경위는 2007년 9월 중순께 취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112신고를 접수하고 수유4동의 한 주택으로 출동했다. 김 경위가 도착한 곳은 독립유공자이자 대한민국 초대부통령인 성재 이시영 선생의 며느리 서차희(99)씨와 손녀 이재원(59)씨가 사는 곳이었다. 집 옆에는 이 선생의 묘소도 자리잡고 있었다.
김 경위는 독립유공자 가족의 어려운 생활 형편에 깜짝 놀랐다. 서씨 모녀는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정부에서 나오는 월 60여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독립유공자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유공자 본인과 배우자에게만 한정돼 며느리나 손녀 등에게는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 특히 어머니를 홀로 모시는 이재원씨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이었다.
존경 받고 대우 받아야 할 독립유공자 가족이 허름하고 낡은 집에서 어렵게 사는 모습에 김 경위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때부터 김 경위는 매달 2~3차례씩 서씨 댁을 찾아가 반찬거리나 국을 만들어 주며 건강을 챙기고 말벗이 됐다.
김 경위는 이번 추석을 앞둔 1일에도 쌀 한 푸대를 사 들고 아내와 함께 서씨 댁을 방문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경찰관 생활 26년째인 김 경위는 "집과 가깝고 어머니(서씨)가 걱정 돼 지나가며 들르는 것일 뿐"이라며 "내년 2월에 퇴직할 텐데 계속해서 어머니를 돌봐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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