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전형이 시작됐다. 하나고와 민족사관고는 14일까지, 상산고는 14일부터 19일까지 신입생을 각각 모집한다. 서울 유일의 자사고인 하나고의 등장으로 그동안 다른 지역으로 떠났던 최상위권 학생들까지 자사고 전형에 가세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자사고 입시의 가장 큰 특징은 특수목적고와 복수지원이 금지된다는 것이다. 지난해만해도 가장 먼저 전형을 시작한 민사고에 지원한 후 결과에 따라 특목고 전형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곳의 학교에만 지원가능하기 때문에 탈락 시 인문계고로 진학할 수 밖에 없다. 또 '외국어고 지역 제한제'가 적용돼 서울지역 상위권 학생들이 지레 겁을 먹고 안정적으로 하향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하나고의 등장은 기존 입시 판도를 흔들고 있다. 학교가 서울 은평 뉴타운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그동안 강원ㆍ전주ㆍ공주 등 다른 지역에 위치한 자사고를 찾아야 했던 수험생 입장에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나고는 입시설명회에서 유학 시스템도 갖출 계획을 밝혀 해외유학 희망자들도 관심이 높다.
총 200명을 모집하는 하나고의 일반전형 지원 자격은 서울 소재 중학교 졸업(예정)자로 제한되지만, 하나임직원자녀 등 특별전형은 전국 단위 지원이 가능하다. 수업 운영은 국내 대학과 해외대학 진학반으로 나뉜다.
국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게는 수능 과목 중심으로, 해외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각종 AP(Advanced Placement·대학과목 선이수제) 수업과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대비 수업이 이뤄진다.
심도 있는 학습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문교과나 일부 대학교과가 편성되고 과목별로 교실을 따로 두고 학생이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전 과목 '교과교실제'도 실시된다.
방과 후 수업으로 외국어인증시험 등 각종 경시대회를 대비하는 수업도 진행된다. 김진성 하나고 교장은 "창의적인 세계인 양성이라는 건학 이념을 바탕으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사고와 하나고의 전형방법이 비슷하다는 것도 자사고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두 학교 모두 서류심사를 통과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면접ㆍ체력검사ㆍ전문성진단 등의 방식으로 전형한다. 원서접수 마감일도 이달 14일로 같다.
하나고 입시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심층면접으로 구성됐다. 서류전형은 학생부 교과 40%, 비교과 10%, 자기소개서 10%, 추천서 10%, 입시위원의 종합평가 30%로 각각 평가한다. 교과내신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전 교과를 반영하고, 비교과 영역은 출결, 봉사활동,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 각종 수상실적 등을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하나고는 1차 서류전형에서 학생부ㆍ자기소개서ㆍ추천서 등으로 비교적 간단한 편이지만, 민사고는 국어ㆍ영어ㆍ수학 분야 공인시험점수와 경시대회 성적표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하나고의 경우 수상실적은 상의 개수보다는 그것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것인지를 더 꼼꼼히 따진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자기소개서도 진로에 맞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평가 대상이다.
특히 개별면접과 집단토론으로 이뤄지는 2차 심층면접에 외부 입학사정관이 하나고 교사와 함께 참여해 자기소개서 등을 검증과 함께 논리력과 사고력·표현력 등을 평가한다.
이틀에 걸쳐 이뤄지는 심층면접에서 협동심ㆍ친화력 등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인성도 평가한다. 인성면접은 기숙사생활에 대한 적응력과 세계적 인재로 커 나갈 자질을 지녔는지를 인성검사지를 통해 평가한다.
반면 민사고는 올해 새롭게 도입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입학정원의 50% 내외 선발)에 맞춰 민사고수학경시대회 수상실적, 일정기준 이상의 토플이나 국어능력인증시험 성적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수학, 과학이나 영어 능력, 글로벌리더 등 자신만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산고는 통상적으로 1차(서류)합격자의 성적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영역별 심층면접(수리, 외국어, 언어, 인성 등)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의 진로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려는 경향도 나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의 목표가 해외대학이면 노하우가 축적된 민사고로, 국내 명문대 진학을 원하면 하나고로 추천하는 분위기다.
문상은 정상JLS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해외 명문대 진학을 위해 지원 자격을 오랜 기간 갖춰온 수험생은 민사고 도전을 추천한다"며 "만일 자연계를 전공하고 싶거나 심사서류가 부족하면 하나고를 대안으로 선택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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