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에 허장성세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사막에 뻗은 인공수로, 인공섬 등으로 눈부신 성장을 과시해온 도시 두바이가 휘청거리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초고층 빌딩 10여동은 텅 비어 있고, 이주 노동자의 숙소에는 "세 놓습니다"라는 표지가 나 붙었다.
지난해 발표된 1km 높이의 초고층 빌딩 건립 계획은 폐기 또는 보류가 확실해졌다. 불과 1년 전, 사막에서 일군 기적과 같았던 도시가 단단히 속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세계 경제위기 여파로 두바이가 야망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날부터 시작된 두바이 부동산 축제 '시티스케이프 엑스포'는 주요 개발업체들의 잇따른 불참 탓에 지난해에 비해 규모가 대폭 줄었고 건설경기 붐도 사실상 끝나 성장 계획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자연히 정책 변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치학자 압둘 칼레크 압둘라는 "이제 누구도 '세계 1위가 되자'고 말하지 않는다"며 "우리에겐 자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모두가 공감한다"고 말했다.
두바이의 눈부신 성장 배경에는 중동 지역에서 나온 엄청난 석유 이익금이 있었다. 걸프만 석유 부자들은 속속 들어서는 초고층 빌딩에 매료돼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수십여 동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과 야자나무 모양의 인공섬, 현대식 고속도로 등은 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경제 침체로 기존 투자가들이 추가 투자를 꺼리는 데다가 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까지 내비치는 상황이다. 현재 두바이가 떠 안고 있는 빚은 8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60) 두바이 최고 지도자는 "상황이 조금 변했지만 (부동산 정책 등) 전략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정책 고수 입장을 밝혔다. 흔들리는 해외투자 유치 대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로부터 도움을 받겠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워싱턴에 기반한 연구기업 유라시아 그룹의 로치디 욘시는 "두바이에 대한 수요가 항상 높을 것이라는 생각은 허황된 것"이라며 두바이에 대한 투자를 경고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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