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매니저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고용하는 바람에 국내 펀드의 평균 순자산 규모가 미국이나 룩셈부르크의 2~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객에게 전가되는 펀드 관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과잉 인력과 군소 펀드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펀드 수는 9,512개로 주요 44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으나, 순자산 규모는 2,293억 달러로 14위에 머물렀다. 펀드 당 순자산 규모도 2,400만달러에 머물러 1위인 미국(11억4,800만달러)인 40분의 1 수준에 불과했고, 2위인 룩셈부르크(1억8,000만달러)에도 크게 못 미쳤다.
반면 2007년 789명이던 국내 펀드매니저는 매년 급증해 지난달 29일에는 1,086명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회사별로는 삼성투신운용이 76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투신운용 58명, 신한BNP파리바 54명, 동양투신운용 40명, 미래에셋자산운용 39명 등의 순이었다. 금투협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한 명당 10개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경우가 62개 운용사 중 16개에 달할 정도로 설정된 펀드 수에 비해 펀드 매니저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소규모 펀드의 난립은 펀드 운영의 효율성을 낮추고, 관리비용 증가 및 관리 소홀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대증권 오성진 WM컨설팅센터장도 "펀드 운용이 모델 포트폴리오를 근거로 진행되고, 매니저를 늘리면 해당 비용은 투자자에게 전가된다"며 "매니저 1인당 적정 운용금액을 1조원, 보조인력을 2명 정도로 계산한다면 500명 정도 수준이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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