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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스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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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의 길 위의 이야기] 스널프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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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복제늑대관에서 혼자 어슬렁대는 스널피를 보았다. 미처 교체하지 않은 안내판의 문구로 한때 그 안에서 두 마리의 복제 늑대가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며칠 사이를 두고 태어난 스널프와 스널피. 문득 스치듯 단신으로 들었던 스널프의 죽음이 떠올랐다. 세계 최초의 복제 늑대라는 떠들썩한 탄생과는 달리 죽음 소식은 조용히 지나갔다. 왜 혼자 있는 것들은 외로워 보이는 걸까. 생김새가 너무도 다른 원숭이와 백호도 외로움을 숨길 수 없었다.

스널피는 자꾸 울 가장자리에 몸을 밀착시켰다. 하지만 그 둘은 죽음이 둘을 갈라놓기 이전부터 격리되어 있었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서열 경쟁을 하는 암컷들의 본능이 나타나 싸움이 일어났지만 미처 동물 간의 의사 소통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한 마리가 극심한 부상을 당할 때까지 싸움이 계속된 모양이었다.

여느 동물들처럼 싸우는 법도 항복하는 법도 부모에게 배웠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상처를 입은 스널프가 회복되어 몇 번 더 합사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싸움이 일어났고 결국 따로 지내야 했다. 복제된 생명체의 수명은 짧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찬바람 불던 지난 9월, 사육사가 죽은 스널프를 발견했다. 아직 바뀌지 않은 안내판 속에 남은 한 생의 흔적. 탄생은 달랐지만 이 땅 위의 모든 살아 있는 것처럼 죽음만은 똑같았을 것이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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