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4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고위급 회의인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IMF 쿼터 개혁 추진 ▲확장적 정책기조 유지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 추진 등 합의 내용이 발표됐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반복하거나 다소 구체화한 내용이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실질적으로 G20 정상회의 결과의 후속 조치 역할을 하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2. 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가까스로 "글로벌 경제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공동 성명을 이끌어 냈지만, 지금까지 누차 언급된 내용을 재확인한 것에 그쳤다.
국제 사회에서 신흥국의 위상이 한층 견고해지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해왔던 G7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고, 선진국이 좌지우지하던 IMF도 G7이 아닌 G20의 결의 내용을 존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흥국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IMF의 쿼터 개혁에도 가속이 붙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IMF 내 발언권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 IMF도 G20이 주도
지난달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세계 최고 경제협의체로 격상된 것으로 평가 받는 G20.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G7에서 G20으로의 권력 이동은 재차 확인됐다.
불과 1년여 전만해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 G7 재무장관 회의는 별 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기에서 태동한 G7이 역시 위기 속에서 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평했고,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죽은 G7(the late G7)"이라는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반면, G20은 186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는 IMF에서도 위세를 떨쳤다. IMFC가 합의한 사항은 대부분 G20 정상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을 추인하는 수준이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IMF 역시 G7이나 G8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신흥ㆍ개도국의 입지가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IMF 내 발언권도 변화
IMFC가 IMF 쿼터 개혁을 2011년 1월까지 완료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런 역학구도의 변화를 반영한다. 이 역시 선진국(쿼터 과다대표국)에서 신흥ㆍ개도국(쿼터 과소대표국)으로 5% 이상의 쿼터를 이전한다는 G20 합의사항을 IMF 차원에서 승인한 것이다.
물론 '어느 나라의 쿼터를 빼앗아 어느 나라에게 넘겨줄 것이냐'를 두고 국가간 힘 대결이 불가피하다. 국가별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력의 잣대를 시장환율 기준 국민소득으로 할지,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으로 할지, 아니면 인구를 기준으로 할지 팽팽히 맞서고 있는 탓이다.
쿼터 이전 규모를 '5% 이상'으로 합의한 만큼, 실제 이전 쿼터를 7% 가량으로 높여야 한다는 중국, 인도 등의 요구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높아진 한국 위상
어떤 경우든 한국은 쿼터 개혁의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IMF 쿼터는 1.345%이지만 경제력을 반영하는 경우 2.2%까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차기 G20 의장국이자 5차 G20 정상회의 개최까지 맡게 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우리 대표단의 발언권이 한층 강화된 것은 물론, IMF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현지에서 각국 대표단의 면담 요청도 줄을 잇고 있는 상태. 재정부 관계자는 "더 이상 한국이 규칙을 준수하는 국가가 아니라 규칙을 제정하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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