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분류로는 암이 아니지만 병의 형태나 치료과정, 완치 가능성 등이 암과 비슷하다면 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암과 비슷한 여러 다른 질병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연 판정이어서 주목된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혈액종양의 일종인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을 진단받고 암 보험금을 청구했다 거절 당한 최모(14)군 가족에게 보험사가 1,995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최근 3년간 이 질병과 관련한 보험금 청구 건수는 138건으로 이 중 90건에 대해 보험사가 암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분쟁조정위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 질병 분류상 암은 아니지만, ▦질병 자체가 혈액에 발생하는 악성종양과 비슷하고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며 ▦치료과정이 어렵고 예후도 아주 불량한 점 등을 감안하면 임상학적으로는 암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현행 암보험 약관은 보험금 지급 요건으로 ▦통계청이 고시한 질병 분류상 암이 의사의 병리학적 진단으로 인정돼야 하고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할 경우, 임상학적 진단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분쟁조정위의 결정은 '병리학상 암이 아니어도 임상학적으로 암과 비슷하면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취지여서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례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양성 뇌종양, 재생불량성 빈혈 등 암과 비슷한 질병에도 확대 적용될 여지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