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 아프간 사태와 관련, 전쟁승리를 위해서는 추가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한 스탠리 맥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사령관과는 다른 말을 했다.
그는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추가 파병은 미 행정부가 고려하는 새 아프간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며 아프간 군ㆍ경의 치안확보 능력을 높이는 것과 아프간 경제개발 및 정부의 통치능력 향상을 추가파병과 함께 고려해야 할 3가지 주요 요인으로 제시했다. 추가파병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발언과 관련 워싱턴 정가에서는 미국이 아프간전에서의 '승리'라는 목표에서 아프간 정부와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수준으로 궤도를 수정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공화당과 보수진영의 매파들은 추가파병을 하지 않을 경우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미군의 패배를 자인하고 탈레반 등 테러리스트들의 명분과 입지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미국이 약해졌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프간 전쟁 승리를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아프간전의 새 전략을 놓고 행정부와 군 수뇌부의 입장이 충돌하고, 여기에 보수세력까지 논란에 가세하면서 그렇잖아도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아프간에 대한 미국의 행보가 더욱 혼란스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존스 보좌관의 발언은 아프간전에 대한 미국의 목표와 전략이 전면 재검토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주부터 군 수뇌부, 행정부 관리 등 아프간 관련 고위 인사들을 망라한 아프간 전략 대책회의를 백악관 상황실에서 매주 한차례씩 갖고 있다.
아프간전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쟁인가' 하는 것에서부터 탈레반으로 유입되는 외부 자금 차단, 아프간 정부 개혁, 미군 철군 등의 출구전략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 아프간에서의 군사적 우위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병력을 더 많이 투입해도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현실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수주 내 가장 어려운 결정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올 여름까지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전을 '필수불가결한 전쟁'이라고 규정했으나, 아프간 전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고조되면서 '무력을 통한 승리'를 재고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추가 파병에 대한 백악관과 군의 갈등은 맥크리스털 사령관이 지난주 영국 런던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연설을 통해 미 행정부의 아프간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을 공개 비판하면서 더욱 노골화했다.
맥크리스털 사령관은 "아프간전 수행방식을 무인항공기나 특수부대 위주로 전환하자는 일부 제안들은 아프간을 '혼돈의 나라'로 만들 것"이라며 추가 파병을 재차 요구했다.
백악관은 맥크리스털 사령관의 연설이 오바마 대통령을 사실상 공개 압박한 것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시카고 올림픽 유치 연설차 머물고 있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맥크리스털 사령관을 긴급 소환해 발언의 배경 등 진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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