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시기를 맞으면서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플루 탓에 독감 백신 공급량은 줄어든 반면 시민들의 독감 백신 수요는 신종 플루 우려로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5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서대문보건소에서는 6일 접종 개시 시간을 두 시간 앞둔 오전 7시부터 대기자 행렬이 늘어섰다. 이날 독감 백신 접종을 시작한 부산지역 13개 구ㆍ군 보건소에는 오후 들어 200m 이상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보건소에서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 우선접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노인들이 보건소를 찾아 막무가내로 접종을 요구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부산 사상구보건소를 찾은 김모(67)씨는 "신종 플루 우려 때문에 독감 백신이라도 맞아둬야 되겠다 싶어 나왔는데 접종대상이 아니라고 해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보건당국이 홍보를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수요는 늘었지만 공급은 예년에 비해 줄어들어 독감 백신 접종대란 우려마저 일고 있다. 올해 제약사들이 공급한 독감 백신은 지난해(1,550만명 분)보다 29% 가량 줄어든 1,100만명 분이다. 한정된 생산라인을 가진 제약사들이 신종 플루 백신 생산을 위해 독감 백신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 지자체들은 무료접종 대상연령을 높이고, 일반인 대상 유료접종 계획을 없애는 한편 백신 추가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부터 예방접종에 들어가는 대전시는 올해 독감 백신을 지난해(8만9,000명분)보다 32% 감소한 6만1,000명분 밖에 확보하지 못해 고위험군을 제외한 일반인 대상 유료접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8만5,000명분)의 67%인 5만7,000명분의 독감백신을 확보하는 데 그친 울산시도 유료접종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한 보건소 관계자는 "신종 플루 백신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독감 백신이라도 맞으려는 시민들이 많아져 문의전화와 항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백신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독감 백신이 신종 플루를 예방할 수 없다는 점에서 독감 백신에 대한 맹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독감 백신을 맞는다고 신종 플루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라고 수 차례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며 "노약자와 고위험군 등 접종권장 대상자의 독감 백신 물량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접종대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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