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총리실 국정감사에서는 정작 주인공인 정운찬 총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정 총리의 불출석을 놓고 여야 의원들은 모처럼 의견 일치를 보였다. 총리의 출석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세종시 건설,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맥 빠진 국감이 됐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아직 보고받지 않았다""제가 말하기 적절치 않다" 등의 알맹이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자 여야 구분 없이 정 총리의 불참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정 총리의용산 참사 현장 방문에 대해 질의하기 전"총리실장이 답변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총리 출석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도 국감장에 다 나온다"며 정 총리의 출석을 거듭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도 한 몫 거들었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은 임진강 방류 사고에 대해 권 실장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내용도 모르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도대체 누구에게 질의해야 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정 총리가 이날 오후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을 예방하자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오늘 국감을 받는 두 피감기관의 장들이 국감을 챙기지 않고 한가롭게 인사나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간 총리는 국감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헌법에 따르면 상임위 요청이 있거나 총리 본인이 원할 때 출석하게 돼 있다"며"총리의 격에 맞춰 본회의에는 참석하지만 상임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관행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감장과 같은 건물에 앉아 있던 정 총리가 자신과 관련된 이슈가 거론되는 감사 현장을 굳이 외면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용을 중시하는 정 총리가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국감장을 찾아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유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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