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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프리즘] 국감 앞둔 한국거래소 수수료 인하 '정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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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프리즘] 국감 앞둔 한국거래소 수수료 인하 '정치 쇼'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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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직전의 한승수 국무총리가 한국거래소를 찾은 지난달 22일. 모처럼의 귀빈 접대(오전 11시)에 바빴던지 이정환 이사장이 정오 무렵 부하 직원 4, 5명과 함께 거래소 건물 지하 1층 구내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 이사장과 같은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 출신인 또 다른 임원이 바로 그 시각 식당에 들어와 다른 한 켠에서 식사를 한 것이다. 좌석 배치나 일정 조정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모두 7명뿐인 거래소 임원들이 구내식당에서 굳이 별도의 점심상을 차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거래소 고위층의 예전과 다른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임자와 비교할 때 이 이사장은 대외접촉이 제한적이고, 오찬도 거래소 주변에서 측근과 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일까. 공개적으로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경우가 목격될 정도로 일반 직원의 태도 역시 부정적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는 현 정부와 이 이사장의 갈등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 거래소 총무이사로 옮겨온 이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이사장에 선임됐는데, 이후 현 정권의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정권 실세이자 과거 재무부 상사의 부탁까지 뿌리친 뒤에는 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고, 거래소는 올해 초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15일 예정)를 받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기자가 정부와 이 이사장의 갈등을 거론하는 것은 시시비비를 가리려는 게 아니라, 그 와중에 묻혀버린 거래소 수수료 인하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한국거래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증권사에서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2005년 이후 당기순이익도 매년 950억~1,500억원에 달한다. 거래소 상장 방안이 논의되던 2005년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 주가가 오른 것도 엄청난 규모의 차익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거래소 주변에서는 '방만경영'에 대한 여론의 질타와 국정감사 예봉을 피하기 위해 수수료 인하 방안이 곧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수수료가 내려도 증권사가 모든 이익을 챙길 뿐 일반 투자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내리면 고객이 수혜를 입지만, 거래소의 경우는 증권사가 별도의 인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공익성 때문에 거래소가 공공기관이 됐다면 수수료 인하 혜택은 일반에게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 반면 거래소 주장대로 '묘안을 짜내도 일반에게 득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 공공기관 지정은 애초부터 무리였던 셈이다.

당국은 공공기관 지정이 '감정적 처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투자자가 체감하는 수수료 인하방안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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