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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양극화 정치, 중도 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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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 양극화 정치, 중도 유권자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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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어선 것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쉬운 풀이로는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로 중도 지지층이 돌아온 결과이다. 지지율과 소비자심리지수의 변화가 유사한 점에 비춰 경기호전 기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야당과 반대세력은 당혹스러운 모양이다."지지율을 믿지 않는다"는 고집 센 논평은 상징적이다. 어느 진보언론은 지지율 급상승에 대한 '궁금증'을 풀겠다며 '언론 최초로' 중도층 의식조사를 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러나 '중도'표본이 전체의 몇 % 인지 언급하지 않아 궁금하다. 의식조사 결과와 지지율 상승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끝내 모호한 느낌이다.

정치 엘리트층의 과장된 논쟁

다만 "중도층은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한다"거나 "추상적 쟁점보다 구체적 실리에 좌우된다"고 새삼 강조한 속내는 '중도층의 귀환'이 못마땅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렇듯 '중도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을까. 어림잡아 유권자의 3분의1이 넘을 중도층이 MB 반대에서 지지로 표변했다고 보는 것은 유권자를 너무 단순한 무리로 얕보는 듯하다.

원래 유권자는 뭉뚱그려 중도적이고, 확실한 보수와 진보는 통념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우리 정치를 연구한 결과는 찾아보지 않았으나, 미국의 연구로는 그렇다. 이에 따르면 국정 지지율 변화는 이념적 공감 여부보다 국정 평가가 좌우한다. 전쟁과 경제, 세금 등 전통적 이슈가 아닌 특정사안 논란은 지지율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MB 지지율이 바닥을 헤맨 요인으로 지적된 여러 이슈도 실제 별볼일 없는 것이었을까. 촛불 시위, 용산 참사, 4대강 논쟁, 남북관계, 전직 대통령 수사와 서거 등, 어느 하나 허투루 넘길 게 아니다. 다만 이처럼 민주주의와 민족 장래 등에 중차대하다는 이슈 때문에 민심이 떠났다면, 갑자기 지지율이 치솟은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반서민'을 넘어 숫제 '독재'라고 욕한 대통령을 유권자 절반 이상이 지지한다면, 국민 다수가 어느새 독재를 수용하게 된 걸까. 반독재 투쟁을 외친 이들은 아주 난감할 듯 하다. 지지율을 믿지 않는 완고한 반응을 이해할 만하다.

이런저런 의문을 푸는 실마리는 정치사회적 이슈 논쟁이 지나치게 과장됐음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슈 논쟁에서 대통령은 걸핏하면 나라를 망치거나 민주주의를 말살한다. 국토를 온통 파괴하거나 미래 후손들을 지레 죽인다. 국가 정체성과 안보를 내팽개치거나 민족 통일의 길을 무턱대고 가로막는다. 그러니그가 누구든 한시바삐 타도해야 할 '공공의 적'이다. 그런 사회가 국정 지지율 급상승에 스스로 당혹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 민심 흐름과 동떨어져 왜 이렇게 됐을까. 주제넘게 누굴 손가락질 하는 대신 미국의 연구를 참고 삼아소개한다. 미국은 공화ㆍ민주당과 진보ㆍ보수이념 지지가 팽팽히 맞서 '50대 50 국가'로 불릴 정도로 분열되고 양극화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보수ㆍ진보 학계가 공동으로 역대 선거와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광범한 연구를 통해 내린 결론은 사뭇 다르다. "정치 엘리트층이 양극화했을 뿐, 대중의 이념성향과 선택은 여전히 중도적"이라는 진단이다.

유권자 민심 흐름과 동떨어져

여기서 정치 엘리트는 정당과 이익집단, 각종 운동세력(issue activists),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언론이다. 이 정치 엘리트층은 저마다 정치적ㆍ상업적 이익과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모든 이슈 논쟁을 과장되게 극단적 양상으로 몰고 간다. 언론도 숱한 집단과 주장의 대표성 등을 검증하지 않고, 스스로 이기적 논쟁의 주역이 된다. 그 결과는 사회의 '유사 양극화'이다.

그런데 그 폐해는 유권자에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대중과 동떨어진 정치 엘리트의 신뢰 상실이 훨씬 심각하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민심 흐름을 미리 가늠하지 못한다. 새겨 들을 만 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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