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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이 잘 팔리는'라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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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이 잘 팔리는'라벨'이다

입력
2009.10.07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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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노벨상 시즌이 왔다. 5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발표를 시작으로 12일까지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수상자가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업들 역시 노벨상을 활용해 제품과 회사를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이 새롭게 기대고 있는 마케팅 방법은 '권위의 법칙'. 좀처럼 주머니를 열지 않으려는 소비자들을 노벨상의 권위에 기대 설득해 보겠다는 것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개발에 참여했거나, 제품에 함유된 특수성분이 노벨상 수상의 계기가 됐다거나 하는 식으로 노벨상과의 인연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노벨상 마케팅의 대표 주자는 한국야쿠르트. 대표 선수 '헬리코 박터 프로젝트 윌'은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베리 마샬 박사를 활용, '대박'을 터뜨렸다. 장 관련 기능성 음료가 대세인 상황에서 회사측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앓는 위 질환 관련 기능성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판단으로 3년 넘게 연구 개발을 진행한 끝에 2000년 위를 아프게 하는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증식을 막는 효과가 있는 균주를 개발했고, 이듬해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어려운 개념을 쉽고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실제 파일로리균을 배양하는데 성공한 마샬 박사를 모델로 내세웠다. 결과는 성공적. 윌은 발매되자마자 하루 80만 병을 팔아 치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샬 박사는 이 균 배양 공로를 인정받아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거머쥐었고, 윌 역시 엄청난 후광효과를 누렸다.

회사 관계자는 "초창기 잘나가던 제품이 한동안 주춤했는데 마샬 박사가 상을 받은 이후,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면서 하루에 100만 병 넘게 팔려 나갔다"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 하나로 지난 해 2,600억원을 팔아 치워, 회사 전체 매출의 4분의 1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회사는 앞서 1995년 노벨생리의학상(1908년)을 수상, 유산균의 아버지라 불리는 러시아 미생물 학자 '메치니코프'의 이름을 딴 요구르트를 내놓아 재미를 보기도 했다.

제약 회사와 건강기능 식품 회사들도 노벨상 활용에 열심이다. 최근 건강 관련 최대 이슈로 떠오른 항산화 성분 제품 씨스팜의 '멜론SOD'는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을 탄 프랑스 뤼크 몽타니에 박사가 제품 개발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몽타니에 박사는 멜론SOD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의 체내 항산화 방어 기전을 회복해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줄이고 체내 면역 결핍으로 인한 합병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처음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산화스트레스로부터 DNA손상 보호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인정 받았다.

다국적제약사 MSD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가다실' 개발에 참여한 독일의 추어하우젠 박사가 지난해 몽타니에 박사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자 이를 활용해 세계 최초 암 예방 백신이라는 점을 널리 알렸고 큰 호응을 얻었다.

노벨상 마케팅 열풍은 화장품 업계에도 불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통신 판매 화장품 브랜드인 DHC는 노벨상 수상자와 관련 있는 성분을 내세운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리즈 'EGF 라인'과 '플러린 라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EGF(상피세포성장인자)는 1962년 미국 스탠리 코헨 박사가 발견했는데, 피부의 새로운 세포를 늘려 피부 재생을 촉진시키는 기능이 확인돼 그가 198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 밑거름이 됐다.

DHC는 이와 함께 우주 공간에 있는 미량 물질의 연구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 같은 탄소의 동선체인 플러린을 활용해 피부 노화와 주름의 원인이 되는 활성 산소를 없애 피부를 젊고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플러린 라인'을 내놓았다. 1996년 미국의 컬 박사와 스몰리 박사, 영국의 크로트 박사가 플러린의 구조를 추정한 공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노벨상 마케팅은 소비자 믿음을 얻기 위한 전략이며 전문가나 상을 받는 기관이 유명할수록 더 효과적"이라며 "마케팅에 앞서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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