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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3> 오달제와 남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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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3> 오달제와 남한산성

입력
2009.10.0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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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14일부터 뮤지컬 '남한산성'이 공연된다. 김훈의 <남한산성> 을 대본으로 했다. 주인공은 오달제다. 유복자를 가진 오달제의 충성과 사랑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기생 매향을 등장시킨다.

소설에서 love story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달제와 부인 남씨, 매향과의 삼각관계를 통해 소설의 재미를 더해보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오달제는 충성스러운 28세의 유복자를 가진 젊은 대간이었다. 이러한 그를 과감하게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은 것은 무모한 선택일 수도 있다.

소설 <남한산성> 은 그 배경인 병자호란의 실상과 다른 점이 많다. 오달제는 명분론에 사로잡힌 대간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이른바 386세대에 비견되는 척화파의 일원이다. 그가 척화파를 대변할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대신들과 정책대결을 펼칠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 역사에서는 김상헌이나 최명길이 주인공으로 될 만하다.

소설의 작가는 전쟁에서 민초들의 삶을 그리고 싶었다. 전쟁이 지배층의 싸움이라고는 하지만 전쟁터에서 무고하게 죽어가는 민중들의 삶의 애환을 끼워 넣고 싶었다. 진눈깨비가 오는 추운 날씨에 성을 지키는 군병들의 고생을 낱낱이 그리고, 서날쇄(서흔남) 부녀를 끼워 넣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의 행보가 어딘가 겉도는 감이 있다.

소설은 꼭 사실대로 쓸 필요는 없다. 가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넣는 것도 무방하다. 이것은 문학의 속성이기도 하다. 역사는 뻔히 보이는 것도 증거가 없으면 말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다. 반면 문학은 얼마든지 상상력을 발휘해 Fiction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사고의 폭이 넓고 늘푼수가 있다.

그러나 역사적인 사건의 줄기를 바꾸거나 남의 족보까지 바꾸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아예 인물의 이름과 역할을 바꾸거나 상황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요즈음 궁중사극이나 대하역사드라마가 자주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소설보다 한 술 더 뜬다. 스토리를 간소화하고 노래와 춤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소설의 이야기가 추상적인 춤과 노래로 응축되기 때문에 튀는 동작과 표현을 요구한다. 상징성이 더 강화된다. 관객의 주의를 끌기 위해 하는 수 없는 노릇이다. 간단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만 주면 되는 것이다. 재현이 아니요 공연이기 때문이다.

소설과 뮤지컬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김훈은 소설에서 척화파와 주화파를 너무 적대관계로 보지 말라고 했다. 애국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뮤지컬에서는 삶이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살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애썼다. 남한산성을 한낱 처절한 전쟁사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꿈틀거리는 인간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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