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수교 60년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를 바라보며 선린우호와 협력을 강화하는 정신에 입각해 양국 선배 지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우호협력관계를 부단히 발전시켜 나가자(원자바오 중국총리)"
중국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의 끈끈한 혈맹관계가 다시 확인되는 분위기다. 당초 이번 원 총리 방북의 첫 번째 목표는 6일 열리는 북중수교 60주년 폐막행사에 참석해 양국간의 돈독한 협력관계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목표는 북한으로부터 6자회담 복귀의 결단을 받아내는 일이었음은 누가봐도 분명했다. 원 총리는 4일 북한 평양 공항에 도착한 직후 발표한 서면성명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밝혔을 만큼 이번 방북의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기대만큼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자 회담으로의 복귀 보다는 '다자협상의 복원'이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향후 이뤄질 미국과의 양자회담의 성과를 지켜본 후 6자회담이든 또 다른 형태의 다자회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여기에 북한과 중국이 참여하는 다자협상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결국 중국이 북한과 다자간 중재역할을 담당해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으로서도 6자회담 복귀라는 구체적인 확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다자협상 틀이 마련되더라도 중국의 역할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최후 저지선은 확보한 셈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이번 방북의 성과로 보기는 어렵고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도 여기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담이 있다.
과연 북한이 6자회담으로의 복귀를 생각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다자협상이 가능할 것인가. 북한은 일단 기존 6자회담의 틀에 대한 불신감이 크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우선적으로 6자회담에 대한 거부감을 표명해 놓고 이르면 이달 중에 이뤄질 미국과의 양자회담의 성과를 지켜보면서 6자회담으로 복귀하거나 또 다른 틀의 다자협상을 요구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구상할 수 있는 새로운 다자협상은 일본과 러시아를 뺀 남북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의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같은 새로운 다자협상이 북한의 의도대로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기존 6자회담 참여국에 과거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했던 유럽연합이나 지난해 일본 대신 대북에너지 지원을 검토한 호주와 캐나다 등의 추가 참여를 전제로 한 변형된 6자회담 틀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