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남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의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다. 자세한 회담 결과는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고, 북한은 북미 양자 대화를 거쳐 다자회담에 들어가는 수순을 고집했을 가능성이 높다.
원 총리 방북은 북핵 해결 국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원 총리는 2005년 후진타오(湖錦濤) 주석의 방북 이후 평양을 찾은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의 혈맹국가다.
중국은 원 총리 방북을 결정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북핵 문제 진전에 관한 언질을 받지 않고 원 총리를 평양에 보냈을 리가 없다"(정부 관계자)는 분석이다. 북한도 경제 지원 보따리를 들고 혈맹 국가의 정상급 인사가 찾아온 만큼 북핵과 관련해 성의 있는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방향은 어느 쪽일까. 북한은 7월 이후 도발을 멈추고 대화 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8월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방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뒤 지난달 18일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 방북 때 김 위원장이 나서 "양자 및 다자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희망한다"는 뜻도 공개하는 등 분위기는 괜찮았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을 포기할 수 없다. 자신들이 이를 주도하며 외교력을 인정 받은 좋은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 총리도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북한은 북핵은 북미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6자회담에 대해서는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당장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기 보다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불러 양자 대화를 가진 뒤 다자 협상에 나선다는 복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날 밤 회담 결과가 즉시 공개되지 않은 것도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입장을 고집, 원 총리와 6자회담 복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 직접 확인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자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최근 북미 물밑 접촉이 활발해진 만큼 10일 한∙중∙일 정상회담, 11월 중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 등에 맞춰 북핵 대화가 재개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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